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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신나는 공부] 질문의 힘, 자녀를 창의적 융합인재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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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3-11-19 13:07 조회1,7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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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화학상 수상자 크로토 교수가 말하는 초등생 자녀 융합교육법

 

 

노벨화학상 수상자 해럴드 크로토 교수가 13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융복합 연구중심대학인 DGIST를 찾아 융합교육에 대해 말하고 있다. DGIST 제공

 

정부가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2021학년도부터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도입하기로 최근 확정하면서 많은 초등생 학부모가 융합교육에 큰 관심을 갖는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 이하 모든 학생은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통합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일부 대학은 학생 선발 과정에서 문·이과 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이미 시작했다. 서울대는 2015학년도 대입부터 의예과, 치의학과, 수의예과에서 문과생의 지원을 허용한다.

 

그동안 학부모들에게 다소 이상적 교육철학같이 받아들여지던 융합교육이 이젠 대학입시에 직결되는 매우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실체가 되어 성큼 다가온 것이다. 달라지는 교육과정과 대입제도에 맞춰 학부모들은 초등생 자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199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해럴드 크로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석좌교수를 13일 융복합 연구중심대학인 DGIST(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만나 그 해법을 들어봤다. DGIST는 이날 크로토 교수를 초청해 2014학년도 융복합대학 기초학부 합격생을 대상으로 ‘과학과 사회 그리고 교육’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했다.

 

 

융합교육… “두 분야 차이점부터 명확히 알아야”

 

나노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분자 구조 C60. 일명 풀러린(Fullerene)을 발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로토 교수는 디자인과 건축 등 예술 분야에도 조예가 깊은 융합형 과학자다. 그는 책표지·포스터·로고 등을 직접 디자인한다. 크로토 교수가 처음 C60 구조를 발견하고 정확한 생김새를 파악하는 데는 그의 또 다른 관심분야였던 건축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풀러린을 발견했을 때 평소 관심 있던 건축 구조 중 건축가 리처드 풀러가 설계한 지오데식 돔이 떠올랐다”며 “덕분에 풀러린의 정확한 형태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로토 교수는 풀러의 이름을 따서 C60에 ‘풀러린’이란 이름을 붙였다.

 

최근 자녀를 융합인재로 키우겠다며 초등생 때부터 국어·미술·과학·수학 등 여러 과목을 문어발식으로 공부시키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하지만 크로토 교수는 자녀가 주된 관심분야를 갖게 한 뒤 이 분야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로 학습 범위를 넓히는 것이 융합교육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크로토 교수는 “융합적 사고를 하기 위해선 두 분야의 차이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학문 간 경계를 넘을 때도 혼란이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융합교육에 대비한다며 다양한 공부를 동시에 시키는 교육방식은 자녀의 학습 부담만 높일 뿐 교육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찰스 타운스(196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라식과 같은 눈 수술을 위해 레이저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레이저를 발견한 것뿐이지요. 지금 배우는 지식이 어떻게 활용될지를 예상하며 공부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크로토 교수)

 

 

대화와 질문으로 자녀의 생각 깨워라

 

융합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학부모는 ‘말이 많은 선생님’이 될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유도해야 자녀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 질문과 대화에서 비롯된 ‘생각의 힘’은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크로토 교수의 지론이다.

 

크로토 교수는 어렸을 때 너트와 볼트를 가지고 놀았다. 필름카메라로 직접 사진을 찍고, 인화하고, 심지어 오래된 사진기를 분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적 호기심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놀이와 체험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자녀가 융합인재로 자라나진 않는다. 오늘날은 과거보다도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크로토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지만 정작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른다. 스스로 지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질문하며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고민 끝에 도출한 자기만의 생각과 지식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다 보면 과학적 지식은 물론 다른 학문과의 융합도 자연스레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크로토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진행하는 ‘버키볼 워크숍(Buckyball workshop)’은 그의 융합교육 철학이 반영된 프로그램. 학생들은 직접 풀러린 모형을 만들며 분자 구조를 보고 이해하는 과학 체험활동을 한다. 크로토 교수는 학생들이 모형을 만드는 동안 한 명 한 명에게 모형의 특징이나 건축 구조와의 유사점, 생활 속 활용 사례 등을 묻고 대답을 듣기를 쉬지 않는다.

 

“학생들은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하곤 합니다. 풀러린 모형을 머리에 뒤집어쓰거나 질문과 상관없는 엉뚱하고도 기발한 대답을 하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지식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틀에 박히지 않는 발상이 나옵니다. 이게 바로 창의력을 키우는 비결입니다.”(크로토 교수)

 

이태윤 wolf@donga.com / 이승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