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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선배가 말하는 고교 선택과목? 현실적인 고민도 필요해
  • 김수진 기자

  • 입력:2020.01.23 11:10

 


동아일보 DB


 

서울대가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고교생활 가이드북(이하 고교생활 가이드북)’ 개정판을 최근 서울대 홈페이지 및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를 통해 공개했다. 고교생활 가이드북은 학생 선택권을 강화한 2015 개정교육과정이 고교 현장에 본격 적용되던 2018, 서울대가 고교생의 과목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새내기 및 재학생들의 수기를 모아 처음 펴냈다. 이후 2년 만에 개정판이 나온 것.

 

개정판은 기존 가이드북에 일부 학과 사례를 보강한 정도여서 원론적인 수준에서 다양한 선택과목의 이수와 이를 통한 폭넓은 학업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큰 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변화가 있다면 가이드북의 내용이 아니라 그 사이 생긴 대입 제도의 변화다. 학생부 기재 항목 축소, 정시 비중 확대 등의 대입 환경의 변화로 인해 과목 선택에 앞서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양한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하라

 

고교생활 가이드북은 모든 배움은 의미가 있다는 큰 방향성 아래 자신의 관심 분야를 반영한 폭넓은 학습을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가이드북에 이어 이번 개정판에 추가된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공과대학 산업공학과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학과 재학생의 이야기에서도 이어진다.

 

중어중문학과 재학생은 전공과의 연관성이 높은 과목으로 <한문>, <한문>를 추천하면서도 어문계열 전공 수업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언어와 매체>, 인문대학의 주요 학문을 관통하는 핵심 과목이 역사라는 점에서 <동아시아사><세계사>의 이수를 추천한다.

 

비슷하게 지구과학교육과 재학생은 지구과학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 도구가 수학과 물리라는 점에서 <미적분>, <물리학>, <물리학> 과목의 이수를 권장하지만, 동시에 교육학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사회문화><철학> 과목을 공부해 볼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진로 분야에 따른 과목 선택의 범위를 한정하기보다 학업소양을 쌓는 관점에서 다양한 과목을 폭넓게 이수할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물론 <기하>, <물리학>, <경제수학> 등 진로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진로선택과목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학습을 강조하기도 한다. 경제학부 재학생은 대학에서 경제학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고교 과정에서 <수학>, <미적분> 외에 <경제수학> 과목을 더 배워볼 것을 제안하고, 물리천문학부 재학생은 <물리학>에 이어 대학 공부의 연속성을 높여주는 <물리학>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내신 경쟁 치열해지고, 중요성 높아지는데

 

이처럼 고교생활 가이드북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충실한 고교생활과 함께 적극적이고 다양한 과목의 이수를 강조한다. 이는 서울대가 2022학년도 정시모집부터 교과 이수 내용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제도 방향과도 일치하는 맥락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대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은 폭넓게 보장받을 뿐 아니라 또한 권장된다.

 

하지만 과목 선택을 둘러싼 입시 현실은 다소 복잡하다. 원론적 수준에서 다양한 교과목의 이수는 권장되지만, 입시를 내다보고 고교 생활을 설계해야 하는 고교생 입장에서는 대학 진학과 직결되는 성적에 대한 고민 없이 과목을 선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

 

더욱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고교 내 내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2022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 기재 항목이 크게 축소되는 점 또한 상대적으로 내신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과목 선택에 부담을 안긴다.

 

<고전읽기>, <경제수학>, <물리학> 등의 진로선택과목은 상대평가에 근거한 석차등급 대신 3단계(A~C)로 나뉜 절대적 성취도로만 성적이 산출돼 내신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지만 <한국지리>, <경제>, <물리학> 등 일반선택과목은 여전히 석차9등급제에 따라 성적이 산출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수자 수가 적은 과목은 성적에 대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시 비중 40%, 수능까지 고려한 선택을

 

물론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한다면 여전히 다양한 과목의 이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관심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과목의 이수는 그 자체만으로 학생의 학업의지와 학업적 노력, 태도 등을 보여주는 정성적 요소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관심 분야와 연관이 있다면 소인수과목도 과감하게 수강하라는 조언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예비 고1, 2가 치르게 될 대입에서 정시 비중이 30~40% 수준으로 확대되는 변화다이전의 수시 중심 체제와 달리 정시 확대로 수시와 정시를 모두 비중 있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고교 선택과목 결정 시에도 수능까지 내다 본 전략적 고민이 필요해졌다. 고교 선택과목은 대부분의 경우 수능 선택과목으로도 이어지기 때문.

 

이 소장은 학생의 적극적 과목 선택을 권장하는 큰 방향은 가져가되, 실제 학생들은 개인의 여건에 따라 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면서 수능까지 내다본다면 결국 응시자 수가 많아 등급과 백분위가 잘 나오는 과목이 우선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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