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자동봉진’ 사라지는 학종, ‘내신’ 위력↑… 교과전형 확대‧최저 부활 가능성도
  • 김수진 기자

  • 입력:2019.11.28 13:54

 


동아일보 DB

 


28일 교육부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 발표되기 전, 관심은 정시 비중이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대상 대학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 등에 집중됐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선 정시 비중의 확대만큼이나 대수술에 가까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변화가 눈에 띈다. 대입 전형의 대규모 손질이 불가피해진 대학가의 가장 큰 불만도 정시 확대가 아닌 '학종 규제'란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평가영역이 대거 사라진 학종은 지금까지의 학종과 사뭇 다른 형태의 전형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외부 요인 차단내세워, 학종 평가영역 대거 축소

 

교육부는 28일 공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가장 서두에 학생 개인의 능력이나 성취가 아닌 부모배경, 사교육 등 외부요인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차단되도록 학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를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대입 개선 방안의 최우선적 목표를 외부요인의 차단으로 내세운 것. 이러한 정책 목표는 곧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학종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으로 이어졌다.

 

우선, 현재 중2가 치르게 될 2024학년도 대입부터 정규교육과정 외 활동의 대입 반영이 전면 폐지된다. 현재 중3 및 고1을 대상으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항목의 축소 및 간소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중2부터는 아예 고교 내 자율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수상경력, 독서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이 불필요해진다.

 

동아리 활동은 학교교육계획에 의거해 개설된 정규동아리 활동만 유효하고, 학생이 개인적인 흥미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개설해 활동할 수 있는 자율동아리 활동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봉사활동 또한 학교 차원에서 교사가 지도한 실적만 반영되고, 학교 외부에서 개인적으로 진행한 봉사활동은 학생부에 기재되더라도 대입 미반영 자료로 대학이 확인할 수 없다. 학생 개인의 흥미나 관심사, 학업역량 등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됐던 수상경력과 독서활동 역시 대입에 활용할 수 없다.

 


자료: 교육부

 

 

 

부담 줄인 학종? 내신 부담 늘릴 것

 

이처럼 학생부의 대입 반영 항목이 줄면, 여러 영역에 걸쳐 학생부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소수의 항목에서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학종 지원자에 대해 대학이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은 교과학습발달상황에 기록되는 교과 내신 성적 및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과목당 500)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연간 500)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내 자율활동(연간 500) 동아리활동(연간 500) 학교교육계획에 따라 교사가 지도한 봉사활동 실적 진로활동(연간 700)뿐이다.

 

남아있는 항목이 온전하게 평가요소로 기능할지도 미지수다. 자율활동, 봉사활동 등은 학교 차원에서 전체 학년 또는 전체 학급에 대해 공통적으로 실시하는 활동 내용이 상당수 분량을 차지해 개별적 특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진로활동 역시 소논문이나 외부 활동 등의 기재가 금지된 상황에서 제한적이긴 마찬가지. 입시전문가들이 이번 변화로 고교 내신의 위력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부에서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항목이 별로 없기 때문.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상경력 제외, 자율동아리 제한, 교과 이외의 다양한 비교과 활동의 축소를 통해 교과 중심의 학교생활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교과 성적 이외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는 요소를 제한하는 것이어서 평가의 모호성이 증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남는다고 밝혔다.

 

학종의 핵심 서류 중 하나인 자기소개서가 폐지되는 것도 내신의 위력을 키우는 요소다.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의 작성에 큰 부담을 느껴온 것은 사실이나 자기소개서는 한편으론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지원자가 직접 설명하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했다. 예컨대 일부 학년의 성적이 부진했던 학생은 학업 관련 노력을 묻는 자기소개서 1번 항목을 통해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대학은 수치로 드러난 내신 성적 외에도 학생의 노력과 잠재력을 정성 평가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러한 참고자료가 사라지면 대학은 평가의 근거를 오직 학생부 안에서만 찾아야 한다. 학생 또한 소명의 기회 없이 교사가 기재한 학생부의 내용만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기소개서 폐지에 대해 수험생에게 설명 내지는 변명의 여지를 빼앗는 것이어서 아쉬운 조치라고 평가했다.

 

 

반쪽짜리 학종보완하려 제시문 기반 면접 확대하고 수능 최저 부활시킬 수도

 

학종의 기본 취지를 흔들 수 있는 여러 변화에 대학의 대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서류평가만으로 합격자를 변별해내기 어려워진 만큼 다양한 보완책이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면접 강화와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부활이다. 특히 학업역량 검증을 위해 서울대, 고려대 등 일부 대학, 전형에서만 시행되어 온 제시문 기반 면접이 다른 대학으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학교 간 격차가 큰 내신 성적만으로 학업역량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종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부 교과 비중이 증가되고 면접 등에서 심층구술면접 형태가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교과 성적도 중요해지고, 면접도 중요해지는 패턴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수험 생활 중 느끼는 부담의 강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만기 소장은 출신 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고교프로파일을 폐지하는 것은 대학에게 각 고등학교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라면서 대학은 최소한이라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걸어 평가를 보완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전형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평가가 어려워진 학종 대신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수능 위주 전형 등 다른 전형의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학종 평가권 제한 등으로 16개 대학은 학종의 모집인원을 현 수준보다 급격하게 줄일 개연성이 있고 대신 학생부교과전형 정원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각 대학마다 학생부산출방식이 비슷하여 타 대학과 중복합격자가 많고 등록률이 낮아 이월인원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능 위주 전형 선발비중은 50%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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