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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입 전략의 지렛대, ‘수능 최저’ 없는 수시 전형… 공정성 논란에 줄어들까?
  • 김수진 기자

  • 입력:2019.11.27 18:24

 


동아일보 DB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필요한가. 수능 직후 고교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때 아닌 논쟁이 일었다. 발단은 커뮤니티에 게시된 한 대학 합격 수기. 현재는 삭제된 이 글은 수능에서 평균 3등급 수준으로 추정되는 성적을 받고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수시 전형 덕분에 연세대 의예과에 수시 합격했다는 파격적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대입 전략 면에서 보면, 수능 성적을 전형요소로 활용하지 않는 수시 전형의 특성을 잘 겨냥한 성공 사례. 실제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수시 전형은 그간 공공연하게 대입 전략의 지렛대로 활용돼 왔다. 대학 또한 입학설명회 등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적용을 전형의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곤 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성 강화 차원에서 정시 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수능 성적을 전혀 활용하지 않는 수시 전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세졌다. 여기에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의 각축장이라는 인식이 강한 의대가 대상이라는 점, 평균적인 인식과 거리가 먼 수능 성적 등이 논란의 폭발력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오는 28일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정시 비중 확대로 수능이 대입 제도의 핵심으로 재부상하면, 논란이 된 수능이 필요 없는 수시 전형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역할과 함께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수능 최저핵심 요소 아니지만 결정적 역할 해 온 자격기준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수시에서 핵심 전형요소는 아니다. 학생부 교과, 비교과, 대학별 고사(논술면접) 등 전형별로 주요 전형요소에 따라 평가가 모두 이뤄진 다음 최종적으로 합격자의 결격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만 활용되기 때문. 대학이 제시한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충족한다면, 수능 성적의 높고 낮음은 전형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수시 전형 결과, 지원자 간 격차가 크지 않다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의해 최종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 실제 고려대가 입시설명회에서 공개한 지난해 학교추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률은 자유전공학부 83.3%, 경영대학 75.8%, 문과대학 57.1% 등 대부분 50~80% 범위 내였으며, 특히 식품자원경제학과는 충족률이 33.3%로 지원자의 70% 이상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수능 대비에 소홀한 수험생이 늘어난 것도 진입장벽으로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역할을 강화했다. 진학사가 2018, 2019학년도 수능 응시자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률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주요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가장 많이 내세우는 ‘2개 영역 등급 합 4’, 또는 ‘3개 영역 등급 합 6’ 수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수험생은 인문계열 기준, 전체의 15~2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까다로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상위권 대학에서는 적지 않은 수험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의해 경쟁에서 사전 배제됐다. 이 때문에 수험생이 수시 지원 전형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유무인 경우도 많다.

 

 

수시 확대 추세 속에 수능 최저폐지 크게 늘어

 

그러나 이처럼 수시에서 최소한의 자격기준 역할을 해 온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최근 몇 년 새 대거 완화되거나 폐지되는 추세다.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와 같이 대입 전형의 간소화를 추진해 온 교육부가 대학 재정지원사업 등과 연계해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완화 및 폐지를 유도해왔기 때문. 지난해 나온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에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유지 여부는 대학 자율에 맡기되, 과도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할 경우 재정지원 시 부정적 평가를 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수능 고득점자를 유인하기 어려운 중하위권 대학에서 본격화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완화폐지는 최근 들어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앞서 논란이 된 글에서 언급된 연세대의 수시 전형인 학생부종합(면접형)전형도 이미 2018학년도부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으며, 특히 연세대는 2020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활동우수형)전형과 논술전형 등 수시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2020학년도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수시 모집인원 16854명 중 37.7%에 해당하는 6361명이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됐다. 서울 주요 대학에 정시 지원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국3개 영역 300점 만점 기준 260점 이상의 수능 성적이 필요하지만, 최소한 이들 대학의 수시 합격한 10명 중 최소 3명은 수능 성적과 전혀 관계없이 합격이 가능한 셈이다.

 

 

수능 성적 필요 없는 수시 전형, ‘공정성 강화 방안이 변수

 

대입 제도를 수능 중심으로 인식하는 이른바 수능 세대의 관점에서는 수능 성적과 관계없이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단 사실이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이미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가 있으므로, 수시에서는 수능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각각의 전형 취지에 맞는 학생을 다양하게 선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

 

유석용 서라벌고 교무부장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모든 전형을 수능 중심으로 맞춰서 운영해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 등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는 것은 꼭 수능 성적이 아니어도 서류나 면접 등을 통해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능 위주 전형이 대학 입학 제도의 일부로 존재하는 것처럼 수능 성적 없이 학생부나 논술, 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중심으로 한 대입 전형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28일 교육부가 발표할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보다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의 확대가 추진되면 반대급부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학생부종합전형은 대부분 대학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전형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만으로 평가하기가 부담스러워 대부분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여러 전형요소로 지원자를 평가하기 때문에 굳이 전국 단위 시험인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아도 됐다면서 더욱이 공정성 강화 방안에 학생부 비교과 영역 폐지 등의 방안이 포함된다면, 평가요소가 줄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에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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