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고교학점제 점점 확대되는데… 과목 선택,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07.11 19:40

2022년부터 전국 고교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 고교학점제란 고교생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 운영 제도를 의미한다.

고교학점제는 고교 풍경은 물론 교육과 입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큰 변화로 꼽힌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지금처럼 반마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동일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마치 대학과 같이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골라 자신만의 시간표를 구성하고, 이에 따라 자유롭게 수업을 듣게 된다. 평가 또한 현재의 상대평가에서 고교학점제에 보다 적합한 성취평가제로 바뀐다. 성취평가제란 교과목별 성취 기준에 도달한 정도로 학생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으로, 석차 9등급제와 달리 절대평가다.

교육부는 2022년 전체 고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한 후 2025년에는 고교학점제 및 성취평가제를 고교 전 학년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이 선제적 대비에 나선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모든 일반고에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진로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를 적용하는 등 ‘서울형 고교학점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고교학점제가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정작 당사자인 학생이나 학부모가 고교학점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형 고교학점제’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고교학점제의 효과적 활용에 대한 전문가 조언을 소개하는 ‘서울형 고교학점제 학부모 설명회’를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서울 서초구)에서 열었다. 고교학점제 적용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만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서울형 고교학점제 학부모 설명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고교학점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유란 기자

 


○ “고교학점제가 뭔가요?” 문·이과 경계 허물고, 학교 벗어나 수업 듣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갈수록 융·복합 인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학생 개개인에 맞춰 ‘살아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막상 기존보다 대폭 확대된 과목 선택권을 받아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이날 설명회에서는 올해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을 경험한 고교생 2명이 직접 나서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과목 선택의 기준을 제시했다.


정연희 양의 교육과정 구성 예시 자료. 서울시교육청 제공


인문계열 학생인 서울 당곡고 2학년 정연희 양이 직접 구성한 교육과정에는 기존 인문계열 학생 시간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정보과학 △자료구조 △경제 △연극 △극창작 등의 과목이 포함돼 있었다. 정 양은 “마케팅, 행사 기획 분야 진로를 희망하고 있는데 마케팅이 경제, 정보 등과 연관이 깊다고 생각해 선택했다”면서 “연극 또한 행사 기획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너무 다른 분야의 과목을 선택하면 수업의 의미가 없어지진 않을까 고민했지만 실제 해보니 진로와 더욱 맞닿아있는 공부를 하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 2학년 서은수 양은 학교 울타리를 넘어선 교육과정 설계로 눈길을 끌었다. 공학계열 진학을 희망한다는 서 양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등 독일어권 대학원 진학을 꿈꾸고 있는데, 현재 학교에는 독일어 수업이 없어 거점형 교육과정을 선택했다”면서 “이러한 학교 외 거점형·연합형 교육과정으로 1학년 때는 ‘독일어회화’를 들었고 2학년인 지금은 ‘수학과제 탐구’ 수업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에서는 두 학생의 사례처럼 계열과 학교를 넘나드는 과목 선택이 가능하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에서 하던 다양성, 수월성 교육이 이제 고교학점제를 통해 모든 일반고에서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단위학교 내 다양한 과목 개설은 물론 고교, 대학 등 학교 간 협력과 온라인 연계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고교학점제, 진로 빨리 정할수록 유리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진로적성에 맞춰 교육과정을 스스로 구성하는 것인 만큼 최대로 활용하려면 고교 입학 전에 진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날 ‘서울형 고교학점제’에 대해 소개한 김영선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은 “본격적인 선택과목 수강은 고교 2학년 때부터 이뤄지나 교과목 개설 등의 문제로 고교 1학년 4월부터 과목 선택 수요를 취합하기 때문에 중학생 때 진로를 설정해두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교 입학 전에 진로를 확정할 수 있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고교학점제 적용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고민하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학습과 입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이에 대해 김 장학관은 “고교 입학 후에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한 학생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선택과목 안내서를 제작해 일선 고교에 배포하고 진로적성검사와 상담을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대안학교 진학과 전학이라는 선택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진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과목 선택을 위해 깊이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진로를 발견하거나 진로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정 양은 자신을 “고교에 와서 진로를 정한 케이스”라고 소개하며 “진로와 직결된 과목을 직접 선택하는 과정에서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진로 방향이 어느 정도 결정돼있던 서 양 또한 “목표 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기초 지식을 알아봤고, 이를 배울 수 있는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했다”면서 “실제 진로와 관련된 과목을 직접 선택해 공부하면서 오히려 진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 좋은 성적 받기 유리한 과목? ‘스스로 도전적으로’ 과목 선택해야 입시에도 도움

하지만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고교학점제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현실적으로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대학 입시’를 떼놓고 교육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 고교학점제가 추구하는 대로 과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 입시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학생의 진로적성만을 고민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날 강연을 진행한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이와 관련해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려 학생의 진로적성에 맞춰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한 과목을 듣는 것이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교장, 교감을 거쳐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역임한 진 이사는 “대부분 학생이 진학을 희망하는 국내 상위 15개 대학은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선발 비중이 크다”면서 “학종 평가에서는 전공적합성 확인 측면에서 학생이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도 보는데, 대학은 여기서 지원자가 해당 모집단위에 진학해 공부할 때 정말 필요한 과목을 이수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하려면 역사·철학 관련 과목이, 공학계열을 가려면 물리 등의 지식이 기본인데 사실 세계사, 물리 같은 과목은 어렵기도 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도 힘들어 대다수 학생이 기피하는 과목”이라며 “그러나 그런 이유로 이러한 과목을 고교 때 듣지 않으면 대학 가서 결국 뒤늦게 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희망하는 진로진학계열에 맞춰 꼭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고교 때 충실히 학습하는 것이 입시는 물론 그 이후의 학습을 생각해도 중요하다는 것.

또한 진 이사는 “또한 학종의 또 다른 평가요소인 발전가능성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도전적으로 노력해왔는지를 보는데 이 지점에서도 안정적인 성적 등을 좇아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중학교 때 성적이 안 좋았다거나 수강 인원이 너무 적어 좋은 성적을 받는 데 불리할 것 같아도 자신의 진로를 위해 꼭 필요하고 듣고 싶은 과목이라면 수강하기를 권한다”며 “정성평가인 학종은 그런 불리함을 감수한 것까지 모두 고려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 이사는 또 “학생이 직접 선택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타인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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