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문과냐 이과냐” 후회 없는 계열 선택하려면?

 
 



 

극심한 청년취업난 가운데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는 논다)’ 등의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인문계열(문과) 전공자의 취업 어려움이 크게 부각되면서 지난 몇 년간 고교 및 대학에서는 전에 없는 이과 쏠림현상이 이어져 왔다. 극심한 취업난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인문계열 학생에게 더 큰 타격을 주면서 한동안 자신의 성향이나 진로를 고려하기도 전에 묻지마식으로 자연계열(이과)을 택하는 학생들의 수가 적지 않았던 것.

그러나 최근 자연계열 내에서도 단연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던 공학계열의 취업률마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기에 고교에서는 인문계열을 선택하는 학생의 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 그간 이어진 묻지마 이과 쏠림현상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믿었던 공학계열마저 흔들이제는 이송합니다’?

취업난을 고려한 학생들을 이과로 견인한 대표적 계열은 의약계열과 공학계열이다. 그러나 최상위권 성적이 필요한 의약계열의 경우 지원할 수 있는 학생이 한정적이어서, 사실상 그간의 묻지마 이과 쏠림현상을 이끈 주역은 공학계열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최근 공학계열의 취업률이 다른 계열 대비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취업을 바라보고 이과를 선택하려던 학생들의 고민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 내 공학계열의 2017년 취업률은 67.7%, 전체 계열 중 의약계열(83.6%) 다음으로 높았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여전히 취업하려면 이과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듯 보이지만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추이다. 최근 4년간 계열별 취업률 현황을 보면 공학계열은 201473.3% 201571.3% 201669.4% 201767.7%로 전체 계열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하락했다.

심상치 않은 대목은 공대 졸업생들의 현실적인 취업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는 체감실업률도 인문사회계열 못지않은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노동리뷰 20184월호에 수록된 청년 졸업자 주요 고용지표 현황을 보면 2017년 공학계열 신규 졸업자(최종학교 졸업연도가 같거나 한 해 차이 나는 청년을 뜻하는 것으로, 2017년 신규 졸업자란 곧 2016년이나 2017년에 최종학교를 졸업한 사람)의 체감실업률은 40.1%로 전체 계열에서 두 번째로 높았으며 1위인 인문사회계열(40.2%)과는 단 0.1% 차이였다.

그나마 굳건하던 공학계열의 취업률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별 동향과 경기 상황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일자리 대비 대학 내 공학계열의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산업수요에 맞게 대학 정원을 조정하겠다며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프라임 사업을 비롯해 그간 대학들은 줄곧 인문·예체능계를 줄이고 이공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원을 조정해 왔다. 실제로 2005년과 2015년 대학의 계열별 입학정원을 비교해 보면 인문계열은 4509사회계열은 5915자연계열은 1899명 줄어든 반면, 공학계열은 7015명이 늘었다.

조창훈 대치퍼스트클래스 대표는 프라임 사업 전후로 공대 정원이 7천명가량 늘었는데 벌써 취업률이 떨어지면, 앞으로는 더 할 것이라면서 프라임 사업 등으로 인해 신설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까지 고려하면, 채용 확정 조건이 없는 다른 대학(학과)이 (계약학과에 일자리를 뺏기는 형국이므로) 오히려 취업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녀 모두 지난해 대비 인문계열 선택 비율 증가

이처럼 취업에서 굳건해 보이던 공학계열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고교 재학생의 계열 선택에서도 서서히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대학미래연구소가 전국 1739개 일반고 재학생의 계열 현황을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3 대비 올해 고3의 인문계열(문과) 비율이 소폭 증가하고 자연계열(이과)은 그만큼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3의 경우 인문계열 52.7%, 자연계열 47.3%의 비율을 보였으나 올해 고3은 인문계열 54.4%, 자연계열 45.6%로 인문계열 비중이 1.7% 증가했다.

여학생은 물론 상대적으로 공학계열을 선호하는 남학생 내에서도 인문계열 선택 비중이 일제히 늘어난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해 고3 남학생은 인문계열 42.8%, 자연계열 57.2%의 비율을 보였으나 올해 고3 남학생은 인문계열 44.0%, 자연계열 56.0%로 인문계열 비중이 1.2% 증가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취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자연계열을 선택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학생들은 계열 선택에서 자연계열보다 인문계열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자연계열 선택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수학, 과학 등에 대한 학습 부담, 고교 학습 여건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문과냐 이과냐, 그것이 문제로다후회 없는 선택하려면?

고교생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계열 선택은 평생의 진로를 좌우할 수 있기에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나마 지난해 고1부터 문·이과 통합교육이 적용되긴 했으나 결국 2학년 때는 계열을 선택해야 하고 수능 적용도 유예됐기에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계열 선택에 앞서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의 적성과 과목별 역량은 물론 희망 진로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해당 계열의 취업률과 처우 또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의 묻지마 이과 쏠림현상과 같이 취업 하나만 보고 계열을 선택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 또한 인지해야 한다. 당장 이과를 대표하는 공학계열 또한 취업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수치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과의 경우 전공과 직업의 연관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진로적성검사 등을 활용해 학생의 성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진로 적합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전략 측면에서도 현재와 같이 수시 중심 대입 상황에서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계열을 선택하는 것이 당장의 성적 혹은 취업을 염두에 두고 계열을 선택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학생부종합전형과 같은 수시 전형에서는 단순히 시험 성적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공적합성과 관련 활동 등을 비중 있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난 몇 년간의 이과 쏠림 현상에는 법대가 로스쿨로 전환되고 외고의 위상이 과학고, 영재학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비교적 이과를 선호한 것의 영향도 있으나 최근에는 둔화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학생들이 어떠한 특정 과목에 대한 기호나 성적 등의 이유만으로 계열을 선택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은데 계열 선택은 그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속적인 학습 흥미와 역량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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