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교육부 정책은 자기모순”… 울며 겨자먹기로 정시확대 검토하는 대학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08.20 18:40
학종 확대해라→정시 늘려라, 오락가락 대입에 대학은…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이 공개된 후 각 대학의 고민이 깊다. 

 

 

지난 17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입개편’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입개편안에는 △수능위주전형(이하 정시) 비중 △수능 평가방법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방안 등이 담겼다.

 

교육부가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 확대하도록 각 대학에 권고한다”고 밝힘에 따라, 중3 이하 학생과 학부모, 대학이 가장 주목해 온 정시모집 비율은 30%로 확대될 전망. 단,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30%가 넘는 대학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과도한 사교육과 무분별한 스펙쌓기를 유발한다는 교내 수상과 자율동아리 활동 내역은 활동 개수 등을 제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하 재정지원사업)’ 등으로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를 장려해온 교육부가 갑작스레 정시확대를 권고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정성평가 요소를 축소하고 나서면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늘려온 주요 대학들은 난색을 표하는 상황. 이번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둘러싼 대학의 입장은 어떠할까? 

 


○ 주요 大 “사실상 정시확대 검토할 수밖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항인데다가 교육부가 권고하고 나서니 정시확대를 다각도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 발표에 대한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의 발언이다. 이번 정시비중 확대 대상에 포함된 주요 대학의 입장은 서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대학이 교육부의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 재정지원사업은 대학입학과정이 고교교육 정상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으로,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를 권장하는 성격의 사업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로 신입생을 30% 이상 선발하지 않는 대학은 재정지원사업 참가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며 정책목적을 180도 뒤집었다. 

 

2020학년도 대입 기준으로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중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모집 비중이 각각 30%가 안 되는 대학은 35곳이다. 이 가운데 2018년 고교교육 기여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17곳으로,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포스텍 등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다수 대학이 대상에 해당된다.

 

교육부가 인위적으로 정시비중을 늘리라고 권고하면서 대학의 고심이 깊다. 가령 한 대학이 입학전형을 폐지하거나 축소·확대할 경우 해당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대학 및 상·하위 대학으로도 그 여파가 이어지기 때문. 대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입시 컨설팅 등 사교육이 성행하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 소재 A 대학의 한 입학처장은 “각 대학이 현재 실시하는 입학전형은 각 대학이 10년, 20년, 30년 동안 학생을 선발하며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하는 전형”이라며 “대학의 내부적 필요에 의해 모집비중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전년대비 1%~1.5%선에서 비중을 조절하는데 교육부 권고로 대학별로 7~10% 이상 전형 비중을  조절해야 해 수험생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입학처 관계자 “정시 확대, 공교육 정상화 물 건너가”

 

교육부의 권고 대상에 해당하는 주요 대학 중 일부는 교육부 권고에 따라 정시확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대입 개편안이 사실상 공교육 정상화를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소재 B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교육부가 발표한 이번 대입개편안은 자기모순적”이라며 “고교교육기여대학 사업에서 ‘고교교육기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을 충실히 수행한 학생을 대학이 평가하고, 선발하는 전형으로 고교 수업을 토론중심, 학생참여중심으로 이끄는 등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정시비중이 확대되면 문제풀이 중심 수업으로 회귀하고, 일반고가 황폐화되는 등의 문제가 되풀이 될 것. 즉, 재정지원사업의 본래 목적을 상실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편안이 교육의 ‘타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대입의 ‘공정성’만을 강조한 결과,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 소재 C 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는 “몇 년 전 한 의대에서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학교를 그만 둔 학생이 정시로 다른 대학의 의대에 진학한 사건이 있었다”며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올바른 인성도 갖춘 인재를 길러야 한다. 하지만 정시확대는 학생들에게 인성, 배려와 같은 가치보다는 문제 한 문제를 더 맞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시확대에도 대입은 여전히 ‘수시 중심’… “중3 충실한 고교생활이 무엇보다 중요”

 

한편 교육부는 정시모집 비중 확대 권고와 함께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방안을 내놓았다. 수상경력은 한 학기당 1개, 총 6개로 제한되며, 소논문은 기재할 수 없다. 자율동아리 활동내역은 학년 당 1개를 기재할 수 있으며,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만을 기재할 수 있다.

 

정성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요소가 감소함에 따라 일부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인터뷰에 응한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은 정성평가 요소가 감소함에 따라 학종의 공정성이 더욱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B 대학 입학사정관은 “학생부가 간소화되어도 대학은 학생을 변별할 수 있으나, 실제 입시를 치르는 학생과 지도교사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전공과 관련 있는 교내대회에서 받은 은상과 전공과 관련성이 낮은 대회에서 받은 금상 중 무엇이 더 우수한가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또한 자율동아리를 1개만 적게 할 경우 사실상 작명싸움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정시의 비중이 확대되더라도 대입의 중심은 여전히 ‘수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A 대학 입학처장은 “이번 대입개편안은 ‘정시확대’를 권고하지만 2022학년도 대입에서도 여전히 신입생 70%는 수시로 선발됨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충실히 고교 수업을 이수하고, 비교과 활동을 수행하며 학생부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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