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한영외국어고등학교 탐방] 한영외고 학생들의 대입 고민?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 김지연 기자

  • 입력:2018.06.20 10:27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⑦ 한영외국어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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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되면서 기존의 고교 입시 지형이 모두 뒤틀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자사고들이 우선선발권 폐지에 반발해 제기한 헌법 소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코앞으로 다가온 고교 입시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깜깜이 고입’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이럴 때야말로 ‘정공법’이 필요합니다. 향후 대입에서 특목·자사고가 혹은 일반고가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져보며 입시 변화의 종속 변수로 고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교 생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학교가 그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따져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단 뜻입니다. 

 

이에 <에듀동아>는 8개 학교(△경기외고 △경남과학고 △동탄국제고 △대원외고 △민족사관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용인외대부고 △한영외고)의 재학생과 입학 담당 교사가 직접 소개하는 ‘진짜’ 특목·자사고 탐방 기획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을 준비했습니다. 중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이번 기획 취재에는 특별히 고교가 위치한 인근 지역의 중학생도 함께하였습니다.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시리즈가 합리적인 고교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한영외고 본관 전경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영외국어고등학교(이하 한영외고)는 ‘글로벌 역량 강화’라는 외고 특유의 장점을 극대화한 고교다. 40시간이 넘는 전공외국어, 그리고 30시간에 육박하는 제1외국어 수업시수가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압도적인 외국어 수업량만이 글로벌 인재 양성의 비기는 아니다. ‘살아있는 지식’을 강조하는 한영외고는 배운 내용을 국제사회 문제에 접목시켜볼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다. 국제 시사이슈를 주제로 진행하는 심층토론 세미나, 모의유엔 등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외국어 실력은 기본,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각까지 갖춘 한영외고 학생들의 우수한 대학 진학실적이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실제로 한영외고는 서울대 진학자 수가 많은 상위 10개교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매년 20명 내외의 학생을 해외 명문대학에 진학시킨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 방침들이 이런 실적을 가능하게 했을까. 이재호 입학홍보부장과 2학년 김래경 양(중국어과), 안소연 양(영어과), 최이준 양(중국어과), 그리고 1학년 유정희 양(중국어과), 정태백 군(중국어과)으로부터 한영외고만의 교육 강점을 낱낱이 들어봤다.

 




○ 국제사회 역량, 이론수업만으론 높일 수 없다


 

한영외고 교육과정의 강점은 단연 ‘외국어’다. 학생들의 외국어 실력 향상이 설립 목적인 ‘외국어고’에 해당하는 한영외고 역시 전공외국어 수업 44시간, 제1외국어 수업 28시간, 도합 72시간을 학생들의 외국어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한다. 

 

하지만 아무리 수업시수가 많아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단순 강의식 수업으론 학생들의 진정한 실력 성장을 일궈낼 수 없다는 게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 대부분의 수업을 토론·발표 중심으로 변화시켰고, 이는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기초적인 수준의 외국어 실력만 갖고 입학 한 학생들도 진학 후 읽고 말하고 쓰는 능력이 수직 상승했던 것. 1학년 정태백 군은 “방과후 수업뿐만 아니라 정규수업에서도 토론이나 발표 기회가 워낙 많아 말하기·쓰기를 꾸준히 연습할 수 있는 점”을 진학 후 외국어 실력이 쑥 성장한 비결로 꼽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다수 마련돼 있다. 한영외고가 전국 고교 중 최초로 실시한 ‘한영모의유엔(HanYoung Model United Nations·HYMUN)’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생생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 실제 유엔회의와 같이 △유엔 산하 위원회를 조직하고 △위원회별로 논제를 정한 뒤 △각국 대사가 되어 논제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제회의에서 요구되는 국제정세 이해의 수준, 언어 표현의 수준의 ‘감’을 잡을 수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 한국 대사로 참가했다는 안소연 양은 “국제회의에서 사용되는 다소 독특하고 어려운 표현까지 익히면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제정세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영외고 디지털 알림판 내 ‘한영 모의유엔’ 의단장 모집 안내 공지사항.

 
 

이밖에도 원서를 읽고 관련된 국제적 시사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다독다론’,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생각을 완성된 글로 써내는 ‘청람관(한영외고 도서관) 글쓰기 활동’ 역시 배운 것을 정리하고 심화시켜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이재호 입학부장은 “자신이 쌓은 지식을 학생 스스로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융합형 인재”라면서 “보다 폭넓은 간접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영외고의 도서관인 청람관 내부 전경(위)과 ‘청람제 글쓰기 활동’ 및 ‘한영 문화의 밤’ 행사 등에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결과물(오른쪽 아래).

 




○ ‘한 나라’만 아는 건 진정한 글로벌 리더 아냐 


 

특정 국제이슈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만큼 중요한 것이 국제사회를 폭 넓게 바라는 것이다. ‘넓은 시야’는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며 수없이 다양한 국적의 사람을 만나는 글로벌 리더에게는 특히 필수적인 역량이다. 한영외고는 △영어과 △일본어과 △중국어과 △독일어과 △스페인어과 △프랑스어과 등 다른 외국어고보다 다양한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특징을 십분 반영해 내가 전공하는 학과의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전공하는 학과의 여러 나라들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의도적으로’ 정착시켰다.

 

‘한영 문화제’가 그 예다. 한영 문화제는 1부 학과별 부스 운영, 2부 학과별 연극 공연으로 진행되는데, 부스나 연극 모두 전공하는 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반영해서 진행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과의 부스와 연극을 준비하면서 1차적으로 해당 국가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비전공학과의 부스와 연극을 관람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사회문화적 특징까지 배울 수 있다.

 

이재호 입학홍보부장은 “학과 내 우애가 유달리 돈독한 한영외고의 특성상 체육대회 등의 행사에서는 학과 간 경쟁이 다소 과열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다른 학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국가들을 이해하는 경험을 통해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시야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갈등 관리 능력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한영외고 학생들이 방과후활동 시간 등에 자유롭게 과제 준비를 할 수 있는 공간. 동아리, 또는 진로스터디 모임에서 만난 여러 전공어과의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공부한다. 취재 당일에도 많은 학생들이 어울터를 이용하여 과제 수행 중이었다.

 




○ 입학에 중요한 것? “특별한 경험보단 경험 속의 ‘나’ 자신”


 

정규 교육과정을 제외하고는 위에서 언급한 모든 프로그램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 하지만 워낙 많은 재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평가를 거쳐 선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대입을 준비할 때 한영외고 학생들의 고민은 ‘(보여줄 것이 없는데) 무엇을 보여줘야 하나’가 아니라 ‘(이 많은 경험 중에서) 무엇을 보여줘야 하나’다. 

 

이런 학생들의 고민을 반영해 최근 한영외고는 교내제도를 개편했다.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은 행정부서에서 전담하고, 담임교사들은 학생상담 및 생활기록부 작성에 ‘올인’하기로 한 것. 실제로 담임교사들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까지 쪼개가며 상담시간을 갖고 있다. 2학년 최이준 양은 입학 후 이런 선생님들의 열정에 가장 감사하고 만족했다고.





▲이재호 한영외고 입학홍보부장


 

이런 한영외고의 교육적 특혜를 누리려면 일단 입학 문턱을 넘어야 할 터. 그러려면 뭔가 특별한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한영외고 교사와 재학생들은 입을 모아 “중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어떤 경험을 했는지 보단 내가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영외고 합격을 가르는 최종 잣대인 면접은 100% 학생들의 제출 서류 기반으로 이뤄진다.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그 결과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스토리’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1학년 정태백 군에겐 ‘일상과 같았던’ 장애가 있는 같은 반 학우를 도왔던 경험이, 2학년 김래경 양에겐 수상도 하지 못했던 교내 토론대회 참가 경험이 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 이 과정을 통해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진 위 왼쪽부터 정태백 군, 김래경 양, 유정희 양. 사진 아래 왼쪽부터 이재호 입학홍보부장, 안소연 양, 최이준 양. 

 
 
 

이재호 입학홍보부장은 “지원자여러분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면서 “물론 경험하는 과정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그래, 또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엔 더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생이 한영외고가 원하는 인재”라고 말했다. 1학년 유정희 양 역시 ‘자신감’을 강조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어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면서 “열심히 준비한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면접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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