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민족사관고등학교 탐방] 민사고 학생들의 쉬는 시간이 ‘더’ 바쁜 이유?
  • 김지연 기자

  • 입력:2018.05.28 10:47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② 민족사관고등학교






 

《2019학년도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되면서 기존의 고교 입시 지형이 모두 뒤틀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자사고들이 우선선발권 폐지에 반발해 제기한 헌법 소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코앞으로 다가온 고교 입시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깜깜이 고입’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이럴 때야말로 ‘정공법’이 필요합니다. 향후 대입에서 특목·자사고가 혹은 일반고가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져보며 입시 변화의 종속 변수로 고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교 생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학교가 그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따져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단 뜻입니다. 

 

이에 <에듀동아>는 8개 학교(△경기외고 △경남과학고 △동탄국제고 △대원외고 △민족사관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용인외대부고 △한영외고)의 재학생과 입학 담당 교사가 직접 소개하는 ‘진짜’ 특목·자사고 탐방 기획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을 준비했습니다. 중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이번 기획 취재에는 특별히 고교가 위치한 인근 지역의 중학생도 함께하였습니다.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시리즈가 합리적인 고교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민사고 다산관 천장에 새겨진 민사고 교훈. 학생들은 수업을 들으러 다산관에 방문할 때마다 교훈을 마음에 되새긴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는 전국단위 자사고 중 가장 독특한 결을 가진 곳이다.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 지도자를 양성”하겠다는 남다른 건학이념 때문. 한옥 모양의 건물, 한복 형태의 교복, 입학 후 필수로 받는 예절교육 역시 이런 건학이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민사고가 가진 독특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의 자립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민사고에서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해 듣는다. 게다가 각 수업은 과목별로 특화된 자료와 장비를 갖추고 있는 담당교사의 ‘오피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학생이 교사에 따라 교실을 옮겨 다닌다. 쉬는 시간이면 교사의 오피스, 즉 일종의 ‘전용교실’을 찾아 이동하는 학생들로 학교가 분주한 이유다.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흥미에 따라 개인의 역량을 충실히 개발할 수 있는 교육구조는 대입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지난해에는 33명이 서울대에, 2017년에는 38명이 해외 유수대학에 진학했다. 이런 실적은 민사고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 1998년 이래로 꾸준히 유지돼 오고 있다. 

 

무수한 인재를 배출해낸 민사고만의 남다른 교육 경쟁력은 무엇일까. 박용성 민사고 입학관리실장과 민사고 2학년 생인 김민지 양, 장현빈 양, 채연우 양, 홍승욱 군과 함께 민사고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간표 스스로 짜고, 수업 직접 개설하기도


 

민사고의 교육목표는 리더를 양성하는 것.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질 중 하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 즉 자립성이다. 이에 민사고 학생들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짜주는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는 대신 자신이 직접 시간표를 짠다.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정규수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탐구수업, 스포츠클럽(Sport Club) 수업, 개별연구활동(IR·Indivisual Research) 수업 등은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고 편성하는 것.





​​민사고 입학홍보단이 제작한 ‘민사고 다이어리’에 소개된 민사고 학생의 하루 시간표. 민사고는 학생들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프로그래밍’ ‘AP 통계학’ 등 심화과정부터 ‘벽화 그리기’ ‘승마’ 등의 예술·체육과정까지 다양한 종류의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이 교사와 협의하여 직접 수업주제를 기획하고 개설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은 ‘미술과 과학’이라는 융합수업을 건의해 개설하기도 했다고. 게다가 민사고 수업은 학생들 스스로 조사하고 탐구하여 논문을 쓰거나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수업을 선택·기획하는 과정에서 한 번, 수업 중 과제를 수행하면서 두 번 자립성이 길러지는 것이다. 장현빈 양(민사고 2)은 “고교의 교육과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개개인의 색깔을 찾기 어려운데, 민사고에서는 흥미와 적성에 따라 관심분야에 대해 수업을 들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사고 대표 건물인 민족교육관(위쪽)과 도서관 내부. 도서관에는 AP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을 위해 외국 원서가 준비돼 있다.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다 보니 일반 고교와 달리 ‘반’ 개념이 없는 것도 민사고만의 특징. 채연우 양(민사고 2)은 “일반적인 고교라면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급우에 한정되는데 급우를 넘어 수업을 듣는 학우들, 동아리 부원, 기숙사 룸메이트 등 훨씬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며 대인관계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 리더라면 다양성 갖춰야… 부서활동, 동아리활동 등 폭넓게 참여


 

독특한 교육과정만이 민사고가 가진 장점은 아니다. 민사고 생활의 진짜 백미는 ‘풍부한 경험’이라고 재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그래서 민사고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비교적 빡빡하게 돌아간다. 정규수업 외에 개별연구활동은 물론, 부서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 등에 폭넓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1인 1부서제’가 유명하다. 1인 1부서제란 모든 학생들이 각각 하나의 행정부서에 배정돼 학교의 행정업무를 도맡는 제도. 예를 들어 문화기획부에서는 음악제나 크리스마스 파티 등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식품영양부에서는 학생들의 배식 정리를 돕고, 금융정보부에서는 동아리나 부서에 줄 예산을 검토하는 식이다. 환경부에서 활동 중인 채연우 양(민사고 2)은 “사실 학생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의 행정업무까지 담당하면서 책임감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도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동아리 활동은 탐구·봉사활동 등 다른 활동으로도 쉽게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민사고 학생들이 특히 사랑하는 활동. 뇌과학동아리의 수장인 김민지 양은 친구들과 뇌에 대해 서로 강의하고 토론하는 ‘동아리수업’을 하고 있으며, 한의학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장현빈 양은 단순히 한의학 지식을 습득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강원 지역 노인들에게 침을 놔드리는 봉사활동으로 연계시켰다.  

 



민사고 입학홍보단 학생들(사진 위 왼쪽부터 채연우 양, 홍승욱 군, 김민지 양, 장현빈 양)이 민사고 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혹시 공부와 수많은 교외활동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실제 민사고 학생들 역시 일정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자신의 일과를 스스로 관리하는 습관이 중요한 이유다. 김민지 양은 “민사고에서는 누구도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스스로 해야 한다”면서 “중학교 때부터 어떤 일을 ‘혼자서’ 해내는 경험을 자주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민사고 입학의 열쇠? 스스로에 대한 이해


 

민사고의 우수한 교육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입학전형을 통과해야한다. 민사고의 입학전형은 3단계로 치러진다. 1단계 교과 성적 평가, 2단계 교과 성적 및 서류평가, 3단계 면접평가 및 체력검사가 그것. 

 

그렇다면 민사고 입학을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박용성 민사고 입학관리실장은 “스스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강조했다. 단순히 ‘의사가 되겠다’ 또는 ‘경제학자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을 통해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의사가 된 이후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설명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 민사고에 입학하면 매우 다양한 활동들을 누군가의 통제 없이 스스로 해내야하는 만큼, 자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고 나름의 방향을 세워본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용성 민사고 입학관리실장

 

그렇다면 민사고 재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에 대해 고민했을까? 민사고 학생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다양한 경험’이 그 열쇠였다. 김민지 양은 “뇌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긴 이후 대학 교수님들에게 편지를 보내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뇌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알아갔다”고 말했다. 홍승욱 군(민사고 2) 역시 “중학교 시절 앱을 개발하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본 경험 등이 입학은 물론 학교생활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면서 ”공부만 하기보다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미래에 어떤 사람이 돼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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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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