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탐방] “수학·과학 잘하면서 철학토론도 좋아할 수 있어”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05.28 09:58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2019학년도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되면서 기존의 고교 입시 지형이 모두 뒤틀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자사고들이 우선선발권 폐지에 반발해 제기한 헌법 소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코앞으로 다가온 고교 입시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깜깜이 고입’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이럴 때야말로 ‘정공법’이 필요합니다. 향후 대입에서 특목·자사고가 혹은 일반고가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져보며 입시 변화의 종속 변수로 고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교 생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학교가 그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따져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단 뜻입니다. 

 

이에 <에듀동아>는 8개 학교(△경기외고 △경남과학고 △동탄국제고 △대원외고 △민족사관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용인외대부고 △한영외고)의 재학생과 입학 담당 교사가 직접 소개하는 ‘진짜’ 특목·자사고 탐방 기획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을 준비했습니다. 중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이번 기획 취재에는 특별히 고교가 위치한 인근 지역의 중학생도 함께하였습니다.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시리즈가 합리적인 고교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를 방문한 중학생들이 실험실을 관찰하고(좌측),
천문대의 적도의식굴절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는 모습.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의 핵심 역량은 ‘융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학·과학 기술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사회·경제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면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세종시에 있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이러한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 2015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예술영재학교다. ‘과학예술영재학교’라는 교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수학, 과학적 역량과 함께 인문·예술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은 대학이 보기에도 매력적이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지난해 처음 배출한 졸업생 중 33명이 서울대에 수시 합격했다. 

 

과연 어떤 교육 경쟁력을 가졌기에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단기간에 이런 결과를 일궈낼 수 있었을까.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의 입학관리부장 김민주 지구과학 교사와 재학생 3학년 양현규, 2학년 정광현, 정영욱 군과 함께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들어봤다. 

 

 

○ 수학·과학에 스며든 인문·예술… 폭과 깊이 모두 잡는다

 

‘융합’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육과정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다. 실제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에 개설된 수업을 살펴보면 ‘융합교과’의 비중이 매우 높다. △과학문명사 △음악과 테크놀로지 △융합@수학 등을 포함한 18개의 창의융합교과가 개설돼 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이러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수·과학 역량과 인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성을 균형적으로 갖춘 창의적 인재를 기른다.

 

김민주 입학관리부장 교사는 “과학고에서 영재학교로 전환된 곳은 이전 교육과정의 영향으로 수학·과학 교과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우리는 수·과학과 인문학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창의융합교과와 국어·사회 선택교과를 개설했다”며 “일반교과에서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종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팀 프로젝트 활동을 독려한다”고 말했다.

 

수·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에도 큰 흥미를 보여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진학을 택했다는 정광현 군은 “수업, 활동 모든 과정 중에 다방면으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다”며 “필수 교과인 세계지리 시간에는 자연계열 전공자의 특성을 살려 특정 지역에서 높게 측정되는 수치들을 분석해 각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담은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옥상에 마련된 천문대에서 Ha필터가 장착된 적도의식굴절망원경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김민주 입학부장과 학생들의 모습(좌측 상단). 세종과학영재학교 재학생들이 팀 프로젝트 및 연구활동시 이용하는
연구 공간(우측 상단)과 레이저커팅기(좌측 하단), 3D 프린터.

 

또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반드시 ‘STEAM Activity(스팀액티비티)’에 참가해야 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총 4단계로 구성되는데, △논문을 찾아 읽고 연구 주제를 설정하며 연구 체계를 학습하는 ‘창의탐구(1학년)’ △방학 동안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일주일간 현장을 체험하며 진로를 탐색하는 ‘인턴십(계절학기)’ △1~4인이 팀을 이뤄 연구주제 선정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주도적으로 탐구활동을 진행하는 ‘자율연구(2학년)’ △졸업논문(졸업 전)으로 재학기간 내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일회성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 분야를 심화 수준까지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다. 

 

지난해 자율연구를 수행한 양현규 군은 “2학년 자율연구에서는 트위스트 퍼즐의 작동 매커니즘을 수학의 그래프로 표현해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약 5개월 동안 군론, 선형대수 등을 공부하며 그래프의 체계를 학습하고, 국내외 논문 및 각종 랩노트, 강의 PPT 등을 조사하며 사전 연구를 하고나서야 하나의 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또 하나의 수업 ‘동아리 활동’, 협력과 의사소통역량 키워내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에서는 매년 5월 인문예술창작주간을 운영한다. 재학생들이 해당 행사에 제출한 탐구 보고서 및 예술작품.

 

폭과 깊이를 강조하는 교육만이 전부는 아니다. 학교를 소개한 3명의 재학생은 학교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협동심’을 꼽았다. 친구들과 힘을 합쳐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돼 더 좋은 아이디어 및 결과물이 도출된다는 것. 이러한 협업 능력은 창의융합형 인재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광현 군은 “친구들과 합심해 스팀액티비티와 정규 수업의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집단지성이 발휘돼 좋은 아이디어 및 결과물이 도출된 경우가 많다”며 “수업을 통해 체감한 협동심의 중요성은 동아리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들은 과학, 철학, 인문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한 동아리 활동을 펼친다. 그 중 동아리 ‘징검다리’는 과학의 대중화를 모토로 과학 축전에 참여하고, 교내 강연 행사를 기획하는 등의 활동을 펼친다.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어려운 과학 원리를 풀어낼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시각화 방법을 고안하고, 작품을 제작하는 전 과정에 협업이 이뤄지며 학생들은 자연스레 미래 연구자로서 갖춰야 할 의사소통 능력도 함양한다.

 

 

○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진학의 비기는?… ‘자기관리 역량’ ‘독서활동’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민주 입학부장교사의 모습과 재학생 정영욱, 양현규, 정광현 군(왼쪽부터).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의 우수한 교육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입학전형을 통과해야한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의 전형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학생부, 자소서, 교사추천서 등의 학생기록물평가가 1단계이며 △2단계는 수·과학 역량과 인문·예술 융합 소양을 평가하는 지필고사 형태의 ‘영재성 평가’ △3단계는 영재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다양한 평가 프로그램과 면접평가로 구성된 ‘융합캠프’를 실시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입학시험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교 진학을 준비하는 자세다. 김민주 입학부장과 인터뷰에 참가한 3명의 재학생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진학을 위해 ‘자기관리 역량’과 ‘독서활동’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에서는 학생이 직접 수업을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때문에 학생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 

 

김민주 입학부장은 “신입학 전형에서 ‘스스로 하려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며 “자소서를 작성할 때에는 중학교 정규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관리를 잘 해온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3단계 평가는 실제 학생의 본 모습을 측정하기 위해 매년 평가 유형을 바꾸고 있다. 중학생 수준에 맞는 폭넓은 독서 활동을 통해 사고력을 넓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준비방법”이라고 말했다.

 

재학생의 조언도 김민주 입학부장의 발언과 일맥상통했다. 정영욱 군은 “교과목의 특성에 따라 주기적으로 퀴즈를 진행하거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학습량이 상당히 많다. 교과 수업이 밤 10시까지 진행되기도 하며, 정규 야간자율학습이 밤 11시까지 진행된다”며 “교과 학습과 과제 준비, 교내 행사 및 동아리 활동 등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열정 있는 학생이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광현 군은 독서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정 군은 “수·과학이 중점이 되는 학교이지만 인문학적 소양도 굉장히 중시한다”며 “독서활동은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기 때문에 사고력과 논리력이 중요한 2, 3단계 평가 대비에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교내 연구 활동을 진행할 때에도 독서로 갖춘 배경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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