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2022 대입 개편의 출발선’ 네 번의 국민제안 열린마당, 무엇을 남겼나
  • 김수진 기자

  • 입력:2018.05.18 18:16
전국 돌며 진행된 ‘대입 제도 개편 위한 국민제안 열린마당’의 의미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이라는 중책을 맡은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본격적으로 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기에 앞서 마련한 대국민 공론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수도권 대상 ‘국민제안 열린마당(이하 열린마당)’을 끝으로 약 보름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열린마당은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제도 개편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대국민 공청회로, 충청권을 시작으로 호남·제주권, 영남권, 수도권 등 권역별로 총 4차례 진행됐다. 국민 누구나 참석해 자유발언을 할 수 있었고, 그 외 참석자들도 서면이나 모바일을 통해 의견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열린마당에서 제시된 국민 의견이 대입 제도 개편안에 곧장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교육회의는 8월 초 교육부에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권고안’을 제출하게 되는데, 이 권고안은 국가교육회의 내 공론화위원회가 6~7월 두 달간 △대국민토론회 △TV 토론회 △온라인 소통채널 의견수렴 △시민참여단 참여 등의 방법을 통해 공론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13명으로 구성된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가 마련한다. 사실상 이번 열린마당은 본 게임에 앞선 사전조사 성격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을 돌며 개최된 이번 열린마당은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조민환 국가교육회의기획단 팀장은 17일 열린 공청회에서 “총 4차례 열린마당이 진행되는 동안 약 1700명의 국민이 참석해 2300여건에 달하는 의견을 남겨주셨다”고 밝혔다. 

 

이토록 열린마당이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배경으로는 대입 제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워낙 높은 탓이 가장 크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간 교육정책의 실질적인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결정 단계에서 소외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자신들이 당면한 교육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만나,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지난 4번의 공청회가 남긴 의미를 되돌아봤다. 

 

 

○ 마지막으로 열린 수도권 열린마당, 분위기 어땠나? 

 

17일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수도권 대상 국민제안 열린마당은 기습 폭우에도 불구하고 경기, 인천, 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400명이 넘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 열기 속에 진행됐다. 그간 지역 열린마당에서 주요 쟁점이 됐던 학생부종합전형(수시)과 수능(정시)의 적정 비율 문제를 둘러싼 공방은 이날도 치열하게 이어졌다. 

 

경기 성남에서 왔다는 고3 학부모는 자신을 ‘입학사정관제부터 학생부종합전형까지 정성평가 방식의 입시 제도가 실시된다고 했을 때 찬성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학부모가 되어 목격한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 최상위권 학생들이 독차지하는 전형으로, 다수가 아닌 소수를 위한 대입 전형에 불과했다”며 “제도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나마 모두에게 공평한 수능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에서 왔다는 한 교사는 “실제 학교에서 입시지도를 하는 입장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은 일각의 오해처럼 사교육의 도움으로 완성될 수 없으며, 학생이 학교 내에서 스스로 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받는 전형”이라면서 “수능이 과연 미래 사회를 대비한 교육 측면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교육부가 대입 제도 개편에 관한 결정을 국가교육회의에 위임하면서 내건 주요 쟁점인 수시·정시 통합 문제와 수능 평가방법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대립했다. 그러나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취지에서 논의 주제를 사전에 특정하지 않은 탓에 주요 쟁점과 무관한 이야기도 다수 나왔다. 이날 기하의 수능 출제 여부, 자유학기제 확대, 특성화고 학생을 위한 입학전형 확대, 학력 중심 사회 탈피 등의 의견이 이어지자 일부 발언자는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참석자의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국가교육회의가 총 570여개 의견이 접수된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참석자들의 제안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선발방법균형 32.33% △선발 시기 21.32% △수능 평가방법 14.25%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6.14% △수능과목구조 1.04% △기타 입시제도 7.18% △중장기 교육개혁 14.02% △기타 3.71%로 나타났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이나 수능 과목구조가 주요 쟁점에 부수적으로 딸린 문제라고 할 때, 주요 쟁점과 거리가 먼 중장기 교육개혁이나 기타 입시제도와 관련한 제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넘게 나타난 것이다. 

 

전국에서 열린 4차례의 공청회에 모두 참석했다는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대입 제도 개편 주요 쟁점과 관련해선 이미 다 나온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데 그친 반면, 서울에서 열린 이번 공청회는 유독 핵심 쟁점에 논의가 집중되지 않고 난해하고 중구난방식의 주장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 “국민이 말한 다양한 현실, 특위가 공론화 의제 확정하는 데 도움될 것”

 

그렇다면 이번 열린마당이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공청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일까. 그간 열린마당 진행 과정을 꾸준히 지켜봐 온 교육계 인사들은 이번 공청회가 대입 제도에 관한 논의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번 공청회의 목적은 공론화위원회로 넘길 의제를 명료하게 확정하고자 하는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면서 “공청회의 내용 중에 주요 쟁점에 집중되지 않은 지엽적이거나 특수한 이야기가 상당수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국민이 대입제도 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고민하는 ‘공론화’의 계기는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열린마당이 공론화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기초 단계였단 측면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과 광주에서 열린 공청회에 각각 참석했다는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김진경 대입특위위원장이 수시와 정시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지방대와 전문대가 호소하는 어려움을 언급했다”면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을 돌면서 의견수렴을 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대입특위가 향후 공론화위원회로 넘길 최종 의제를 설정하는데 있어 어떤 성격의 문제가 공론화 의제로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서로 주장하기 바빠, 생산적 논의 찾아볼 수 없어”

 

물론 한계도 있다. 17일 열린마당에서 발제를 맡은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를 주장하는 분들에게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적 개선 방안과 그를 뒷받침할 학교 시스템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또 수능 확대를 주장하는 분들에게는 5지선다형인 지금의 수능이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미래역량을 길러주는 시험이 되려면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그 대안을 묻고 싶다”면서 “각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안들을 함께 내놔야 비로소 대화가 되고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4차례의 공청회 내내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확대를 각기 주장하는 양측의 일방적인 주장과 대립만 이어지면서, 문제를 명확히 하면서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숙의’의 기회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종배 대표는 “4번이나 공청회가 있었지만, 이미 다 나온 이야기들이 반복되는데 그치면서 소모적이고 형식적인 공청회가 됐다”면서 “다뤄야 하는 대상이 교육정책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서 개혁의 중장기적인 방향을 정하고 그에 따라 세부적인 것들을 결정해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유가 안 되어 있는 시점에서는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17일 열린마당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이번에 대입 제도를 개편해야 하는 이유는 2015 개정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도입되면서 향후 입시에서 그에 맞춘 대입 제도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이야기없이 현재의 문제점이 어떻다고만 이야기하고, 그 대안이 또다시 현재의 그것이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학부모는 “국가교육회의는 몇 가지 안 되는 것 중에 하나 선택하라며 국민 싸움을 붙일 것이 아니라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한다”고 밝혀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 입력:2018.05.18 18:16
  • 저작권자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 목록

  • 위로

작성자 필수
내용
/500글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