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수시-정시 적정 비율, 그 해답은?] 정시 확대되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04.25 18:33
수능은 객관적이므로 공정하다?

 






《‘7.6대 2.4’. 현재 대입에서 수시와 정시모집이 각각 차지하는 비율이다.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의 비중이 급격히 확대됨에 따라 수시와 정시의 적정 선발 비중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원한다’는 국민 청원은 10만명 이상이 동의했고, 교육부는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하며 국가교육회의에 ‘숙의․공론화를 통해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의 적정 비율을 정해달라’고 제안하면서 논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공정한 정시를 확대해달라’, ‘불공정한 학종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한편 ‘정시가 꼭 공정하다고만, 학종이 불공정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반대의 의견도 나오며 양측이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대학들이 공정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려면 무엇이, 어떤 입시제도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최선일까? 수시와 정시모집의 비중은 각각 어떻게 유지돼야 우리나라 대입 제도가 공정한 대입제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에듀동아는 이를 깊이있게 파악해보기 위해 ‘수시-정시 적정 비율, 그 해답은?’이라는 총 세 편의 심층 기획을 연재한다. 첫 번째 기획에서는 논란의 중심에 선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에 미친 영향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정말 불공정한 전형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어 두 번째 기획에서는 수능 위주의 전형은 과연 공정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꼼꼼히 뜯어본다. 세 번째 기획에서는 수시와 정시의 적정 비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교육 전문가들의 견해를 묻고 들어본다.》 




수험생 10명 중 8명은 수시모집보다 정시모집을 더욱 공정한 입시제도로 생각한다. 지난 1월 입시업체 진학사가 고3 수험생 1385명을 대상으로 ‘수시와 정시 중 어느 것이 공정한 입시에 더 부합하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81.8%가 ‘정시’라고 답한 것. 

 

수험생들이 정시(수능 위주 전형)를 더 공정하다고 여긴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은 △수능은 사회 경제적 배경보다 수험생 개인의 노력이 결과를 좌우한다 △수능 점수라는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받아 공정하다 △수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요소가 평가에 중요하게 반영된다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즉, 학생들은 정시모집의 핵심 전형요소인 수능은 주변의 환경이나 조건 등의 영향 없이도 스스로 노력하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시험이며, 모든 학생이 동일한 난도의 문제를 풀고 그 결과로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 

 

그렇다면 대다수 학생들의 생각처럼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은 학생부 위주의 수시모집보다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 수능 성적, 실력과 노력이 좌우? 

 

권오현 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시모집을 확대하면 서울 특정 지역이나 자사고·특목고의 합격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말하며 “정시 비중을 늘렸을 때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이 서울대에 다수 합격하는 결과가 나와도 용인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수능이 공정한 시험이라는 일부 학생들의 인식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다. 

 

정시 비중을 늘리면 정말로 자사고․특목고 합격생의 서울대 합격 비율이 크게 늘어날까? 최근 3개년 간 서울대 정시 일반전형 합격생 현황 자료(<표1>)를 통해 검증해보자.

 

 

 

위의 <표1>을 살펴보면 3개년 모두 일반고가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가장 많은 합격생을 배출했다. 2018학년도만 살펴보면 일반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자율고에 비해 1.8배, 특목고에 비해 4.72배나 많은 것. 따라서 <표1>을 보았을 때는 고교 유형에 따른 수능 시험의 유불리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래 <표2>와 종합해 살펴보면 <표1>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표2>는 지난해 전국 고교 개수를 유형별로 정리한 표다. 2017년 기준 일반고는 전체 고교의 무려 65.93%를 차지한다. 반면 자율고와 특목고는 각각 6.69%, 6.57%에 불과하다. 즉, 일반고 수가 ‘자율고+특목고’ 수보다 5배 가량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1.3배 더 많은 인원을 서울대에 진학시킨 것.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보면 고교 환경이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권 전 입학본부장의 말처럼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 비율을 늘렸을 때 특정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 지역별로 양극화되는 수능 고득점자 비율… ‘교육특구’의 압승

 

고교 유형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가도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05~2015학년도 수능 성적 자료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분석 의뢰한 결과(<표3>) 이른바 교육특구 지역의 수험생이 서울시 내 다른 지역의 수험생에 비해 수능 고득점자 분포가 높게 나타난 것. 

 

 

 

위의 <표3>은 2005학년도에서 2015학년도 수능에서 일반고 학생이 국어, 수학, 영어 영역 평균 2등급 이내의 성적을 받은 분포를 나타낸 표다. △강남구 △서초구 △양천구 △송파구 △노원구 등 이른바 강남 특구가 10년 동안 1~5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1, 2위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반면 △A구 △B구 △C구 △D구 △E구는 10년 동안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러한 지역간 격차는 학생수를 감안해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2015학년도 수능 상위권 수험생 비율은 강남구가 E구에 비해 무려 15.45배나 많다. 이는 강남구의 고3 학생 수가 E구에 비해 5.1배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격차가 매우 크다. 게다가 강남구를 비롯한 교육특구 지역은 2005학년도와 2015학년도 수능 고득점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하위 5개 지역은 수능 고득점자 비율이 점차 축소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지역에 따라 수능 성적에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 입시전문가는 “소위 말하는 교육특구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본래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수능은 사교육의 도움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특히 2005~2015학년도 수능은 등급제 도입을 제외하면 과목 및 체제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 경우 사교육을 적극 활용하기 유리한 교육특구 지역의 학생들이 유리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수능 점수는 정말 객관적일까?… 응시 인원에 따라 출렁이는 백분위와 표준편차

 

정시가 공정하다는 믿음은 수능이 학생부종합전형과 달리 시험 과정에서 부정의 소지가 적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수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하는 데서 비롯된다. 하지만 수능에서도 자신의 노력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정시에서 활용되는 수능 성적은 원점수가 아닌 백분위와 표준편차가 활용되기 때문. 이는 시험의 난도와 응시인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는 특성을 갖는다. 아래 <표4>를 통해 살펴보자. 

 

 

 

위의 <표4>는 사회탐구 영역에서 원점수별로 점수차이가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표다. 이를 살펴보면 학생이 어떠한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배점의 문항을 틀려도, 서로 다른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받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생활과윤리, 경제 과목에서 3점짜리 문항을 틀린 학생은 원점수가 47점으로 동일하지만,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는 각각 61점과 88점, 62점과 82점으로 차이를 보인다. 두 과목의 표준점수는 1점, 백분위는 무려 6점이나 차이가 난다. 각 대학이 정시모집에서 변환 표준점수를 제공해 이러한 격차를 줄이지만 선택과목에 따른 점수 유·불리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경제학과를 진학하고 싶은 수험생이 수능에서 점수를 획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경제 영역을 미응시 하거나, 자연계열 수험생이 과학탐구Ⅱ 영역의 응시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즉, 수능은 선발기능으로서의 신뢰도는 갖추었지만 평가의 타당성까지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선택과목에 따라 점수의 편차가 발생해 자신이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는데 필요한 과목을 응시하지 않고, 대다수 학생이 응시하는 과목으로 쏠림현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제4차 대입정책포럼의 발제자로 참가했던 안성환 서울 대진고 교사는 “요즘 수험생 유행어 중 ‘진격의 지구과학’이라는 말이 있다”며 “과거 지구과학의 교육과정에 천체 항목이 포함되지 않았다가 이 내용이 들어가면서 지구과학Ⅱ 영역의 최고표준점수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응시자가 적은 물리Ⅱ를 선택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지구과학Ⅱ 영역에 쏠림현상이 발생하면서 생긴 유행어다. 해당 과목이 과학탐구Ⅱ 중에서 가장 많은 응시자를 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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