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현대소설 ‘갈등’을 중심으로 낱낱이 해부하라
  • 김지연 기자

  • 입력:2018.04.13 18:15
이호 한결국어학원 강사 “소설의 독해란 ‘갈등’이 무엇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것”






                                                        

《소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말을 들을 때 우리는 시보다는 훨씬 친숙한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동화, 만화, 옛 이야기 등을 접하면서 축적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설이 친숙하거나 익숙한 문학 갈래라고 해서 소설과 관련된 문제들이 시험에 나왔을 때 생각처럼 쉽게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소설에 익숙하다는 것과, 소설을 어떤 식으로 독해해야 문제를 잘 풀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소설을 어렸을 때 듣거나 읽었던 재미있는 이야기정도로 생각하는 학생들은 소설과 관련된 문제를 풀다가 ‘소설 내용이 도대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보면 소설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를 모르다보니 소설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설을 독해하는 방법에 대해 별다른 고민과 노력을 하지 않다보니 이런 난감한 지경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의 주제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여기에서부터 소설 독해법의 단서를 찾아보기로 한다.》

 




○ 소설의 핵심은 ‘갈등’

 
 

일단 우리가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해야 할 소설이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읽어봤던 ‘이야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데서 논의를 시작해보자.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토끼전> 같은 이야기를 모르는 학생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홍길동전>에서는 때로는 친형이, 때로는 계모가 나쁜 사람으로 등장하지만, 주인공 홍길동은 착한 사람이다. <춘향전>에서는 변사또가 나쁜 사람이고, 춘향이 착한 사람이다. <토끼전>에서는 토끼가 착한 편이고, 거북이나 용왕은 나쁜 편이다(물론 선과 악을 이처럼 명확하게 가르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쨌든 고전소설의 주제가 대부분 ‘권선징악’이니 ‘사필귀정’이라 할 만큼 선과 악의 대결과 싸움이 일어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물론 옛날이야기나 고전소설처럼 선과 악이 분명하게 분간되지 않아도 소설의 인물들은 항상 다투고 싸운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엄석대와 ‘나’(한병태)가, 나중에는 엄석대와 젊은 담임선생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난장이 아버지와 아들 영수가 ‘달로 가는 것’을 두고 다툰다. 이처럼 서로 다투고 싸운다는 것을 좀 고상하게 표현한 것이 이른바 대립 혹은 갈등이다. 만일 대립과 갈등이 없는 소설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왠지 이상하다. 아마 그런 소설을 읽을 독자는 없을 것이다. 대립과 갈등이 없다는 것은 그저 그런 평범하고 밋밋한 일상사만이 제시되므로 별다른 재미나 흥미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끼리, 혹은 인물과 소설 속의 세계나 현실 간에 빚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보여주고, 그 갈등이 해소되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통해서 작가의 중심 생각, 즉 주제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갈등은 소설의 주제를 형성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선/악의 갈등이 잘 나타나는 고전 소설로 되돌아 가보자. 

 




○ 갈등하는 대상은 달라도…
 

 

<홍길동전>에서는 갈등과 대립의 대상이 분명하다. 적서차별 같은 잘못된 사회 제도, 또는 그런 사회제도를 만든 위정자들이다. 주제는 그러므로 그런 잘못된 제도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갈등과 대립의 대상이 굳이 현실, 즉 인물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다(그리고 사실상 인물의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부에 존재하는 대상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토끼전>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은 무엇인가? 바로 용왕의 욕망이다. 그렇게 오래 살고서도 딴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비뚤어진 욕심이다. 욕망 혹은 욕심이란 것이 때로는 현실에서 숱한 갈등을 빚어내는 배후의 원흉이 되기도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용왕은 토끼가 꾀를 써서 용궁을 벗어난 후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죽음을 맞이하니 ‘왕’다운 인격과 위엄을 찾았다고 할 만하다(이 결말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에 한정된 것이지, 실제로는 판본마다 상당히 다르다). 그러므로 <토끼전>은 일단 용왕이란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왕이라면 적어도 남을 희생해서 자기 욕망을 채우지 말아야 한다(그래서 지배자는 자기 잘못을 깨닫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주제일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과 갈등 관계에 있는 상대방이 사회나 개인, 자연, 운명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는 점이다. 소포클레스의 유명한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는 ‘자만심’ 때문에 끔찍한 운명에 빠져들게 되고, 어렵기로 악명높은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는 ‘나’의 생활을 꼬이게 만든 것은 당사자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물론, ‘나’와 같은 지식인이 몸을 파는 아내에게 얹혀 사는 비참한 생활을 하도록 만든 요인을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나’는 직업이 없고 무력한 자신 때문에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아내에게 슬그머니 그 책임을 떠민다. 그래야 한푼의 자존심이나 지킬 수 있다고 믿으니 이 얼마나 가련한 삶인가. 세상에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는 법인데도 자신의 생활을 ‘행복’하다고 시치미를 뚝 떼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갈등의 이유나 그 원인을 안다는 것은 그러므로 주제를 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소설을 읽고 ‘왜 인물들이 싸우는 거야?’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그 소설의 내용이나 주제를 제대로 파악했다는 증거이다.    

 




○ 갈등 제대로 파악하려면 소설의 ‘시간적 배경’에 대한 이해 있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등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할 학생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갈등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갈등은 무엇일까. 우리는 뜻하는 대로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흔히 ‘일이 꼬였다’고들 말한다. 말 그대로 ‘갈등(葛藤)’이다. 칡나무(‘갈’)와 등나무(‘등’)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꼬힌 것이다. 왜 얽히고 꼬이게 될까? 십중팔구 예상치 못한 방해 요인이 튀어나와 일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면 연적이, 사업이라면 경쟁자가, 일을 꼬이게 만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누가 마음먹은 대로, 기대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못하게 만드는 힘이 갈등이다. 좀더 고상하게 말하면 갈등은 인물들 간의 욕망(성격이나 이해관계, 가치관, 세계관 등)이 달라서 생겨나는 필연적인 ‘대립’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 똑같은 입장, 똑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어 서로 싸울 필요도 없을 것이고, 갈등도 전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우리가 현실에서 상상할 수 있을까. 

 

결론을 내려보자. 소설의 주제나 내용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은 갈등의 양상과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갈등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원인이 인물 내부에 있는 경우-개인의 성격적 결함이거나 개인 간의 성격 차이 등-와, 인물 외부-개인을 둘러싼 환경(사회, 현실)-에 있는 경우 이 둘이다. 갈등의 원인이 인물 내부에 있다면 우선 우리는 인물의 성격과 심리가 어떠한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고 외부에 있다면 인물을 둘러싼 환경(사회, 현실)이 어떠한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파악이 안 된다면 갈등의 원인은 인물 내부와 외부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그리고 이것이 소설에 나타나는 갈등 양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경우 독해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상의 <날개>에서 일제 강점기라는 왜곡된 사회 구조가 모든 갈등의 원인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왜 문제인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는 당연히 당시의 시대 상황에 관련된 배경 지식이 요구된다.

 

때로 시보다도 소설이 어렵다고 불평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소설은 무엇보다 현실의 충실한 반영인 만큼 굳이 반영론적 관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갈등의 양상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면 인물이 당연한 시대의 현실을 알려는 번거로운 수고와 노력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도 한국사가 대입에서 필수로 자리 잡은 지금, 소설 독해를 위한 지식의 보고(寶庫)가 멀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호 한결국어학원 강사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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