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교육칼럼]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할 때 가장 유리한 고교는 어디일까?
  • 김수진 기자

  • 입력:2018.04.10 10:35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시 고교별 유‧불리 분석’

 


 

 

교육부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매개로 각 대학들에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인서울’ 주요 대학이나 지방 거점 국립대, 의대 등 선호도가 높은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정시모집에 지원할 생각이 없는 학생들까지도 수능 공부를 해야 해 학업 부담이 크니까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라는 것이지요. 

 

많은 분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최저학력기준의 존재 때문에 주요 대학 합격생 배출에 어려움을 느끼는 지방 일반고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지방 일반고들도 수능이라는 거대한 입시 장벽이 사라져서 입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지방 일반고 못지않게 큰 혜택을 입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능 커리큘럼에 무게를 두지 않고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수시 올인’형 학교들입니다. 그런 학교들이 어디냐고요? 바로 과학고나 영재학교이지요. 

 

과학고나 영재학교는 누구나 인정하는 자연계열 최고의 학교들입니다. 하지만 수능 성적으로 고등학교 순위를 매겨 보면 과학고나 영재학교의 순위는 명성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을 보일 겁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과학고나 영재학교의 명성이 부풀려져 있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과학고나 영재학교의 수능 성적이 그들의 명성에 비해 저조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과학고나 영재학교는 수능 커리큘럼 위주의 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실력뿐 아니라 그 시험에 맞춘 기술과 연습도 필요한데 과학고나 영재학교 학생들은 그런 ‘수능’에 필요한 기술이나 연습이 부족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과학고나 영재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수시모집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 그 과정에서 가능하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 위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이 사라진다면 과학고나 영재학교의 발목을 잡던 커다란 족쇄가 하나 사라져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서울대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했을 때, 일각에서는 과학고, 영재학교 학생들을 받기 위해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과학고나 영재학교 학생들 중에는 서울대에 지원하고 싶지만 수능 준비가 부담이 되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카이스트에 지원한 학생들도 많습니다. 서울대가 바로 이런 학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했다는 분석을 내놓는 겁니다. 

 

어쨌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지방 일반고 뿐 아니라 수능 대비 커리큘럼을 운영하지 않는 과학고나 영재학교의 대입 실적이 더 높아질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의대까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다면 과학고나 영재학교는 의대 진학을 위한 최선의 학교로 거듭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과학고나 영재학교들이 의대 입시를 지원해주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과학고, 영재학교에서는 의대 진학이 불가능하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진학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교육부가 국정감사 당시 제출한 ‘2014~2017 과고/영재학교 계열별 진학현황’을 보면 2017학년도 기준으로 서울과학고는 25명, 세종과학고는 18명을 의대에 진학시켰거든요. 학교에서 의대 입시 지도를 따로 해주지 않아도, 개별적으로 의대 입시를 준비해 진학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지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는 수능에 대비한 교육과정을 따르고 있는데도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느끼는 지방 일반고 학생들 뿐 아니라 애초부터 ‘수능식’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는 과학고, 영재학교 학생들의 입시 부담도 덜어주게 됩니다. 더 나아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사라진다면 특기자전형 뿐 아니라 논술전형까지 과고, 영재학교의 텃밭이 될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추신 1. 과학고, 영재학교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내신 관리가 어려워서 정시모집으로만 대학을 간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최근 수시모집은 세부 전형이 다양화되어서 내신 경쟁력이 다소 뒤처지는 과학고, 영재학교 학생들도 지원해 볼만한 전형들이 있습니다. 2018학년도에 졸업생을 배출한 7개 영재학교의 서울대 등록자수는 총 262명인데 그 중 252명이 수시모집으로 서울대에 진학했습니다. 정시모집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은 불과 10명뿐이지요. 과학고나 영재학교뿐 아니라 외고, 국제고, 자사고도 수시모집 중심으로 대입전략을 바꾼 학교들이 많고, 실제로 수시에서 훌륭한 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시모집에서 내신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수시=내신’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추신 2. 2019학년도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우선 선발권은 박탈되지만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우선 선발권은 유지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폐지된다면 우수한 학생들의 과학고, 영재학교 쏠림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추신 3.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수능 성적은 아쉽지만 내신 성적은 좋은 지방 일반고 학생들의 ‘인서울’ 대학 지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지방 일반고 중에는 학생부 관리 및 논술 지도를 제대로 해 주지 못하는 학교들이 많다 보니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효과를 지방 일반고가 얼마나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또 대학은 정부와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이 내신 실질반영률을 낮추는 식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효과를 상쇄시켜버리면 학생부 관리 및 논술 준비에 강한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유리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이 특목고, 자사고, 영재학교 학생들을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 대학은 공부 잘 하는 학생을 선호할 뿐인데 마침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 영재학교에 몰려있을 뿐인 겁니다. 

 

추신 4.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서울 강남 지역 일반고라고 생각합니다. 강남권 일반고는 내신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정시까지 노려야 하는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수시 이월 인원이 줄어서 정시가 일부 축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강남 일반고 등 내신 관리가 어려운 학교들은 비교과 및 논술 준비를 특목고, 자사고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 강명규 스터디홀릭(교육정보 공유 사이트) 대표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 입력:2018.04.10 10:35
  • 저작권자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 목록

  • 위로

작성자 필수
내용
/500글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