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2018.3월호] “우리의 소원은 통일∼”
  • 김수진 기자

  • 입력:2018.04.03 16:06
안윤주 대구 대곡중 국어 교사의 거꾸로 교실


평창올림픽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선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이 꾸려졌다. 남북이 한 민족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하지만 요즘 중학생들에게 ‘통일’은 낯설고 재미없는 개념이다. 때마다 통일을 주제로 한 계기교육이 이뤄지지만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기 때문. 대구 대곡중의 안윤주 국어 교사는 “미래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통일 교육이 정작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는 것을 보며, 재밌는 통일 수업을 해 보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어 수업시간에 통일과 6.25전쟁을 다룬 소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계기가 됐다.

학생들이 통일을 보다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수업은 평가가 없는 자유학기제 기간에 주제선택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평가기준을 구체화하면 얼마든지 교과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다. 사회, 도덕 등 타 교과와 연계할 수 있는 요소도 많다.



 


수업은 이렇게 진행하세요
※ 2016년 1월, KBS에서 방영된 『오늘, 미래를 만나다』 12회 ‘대한민국의 재도약 키워드 통일을 말하다-1부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의 통일 이야기’ 편을 디딤영상으로 제공한다. 분량이 다소 긴 편이므로 학생들이 사전에 보고 올 수 있도록 지도한다.


[1차시] 통일 재밌게 이해하기
디딤영상 주요 장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통일의 이유, 분단비용과 통일비용 등에 관해 5~10분가량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구체적인 통일의 개념, 과정 등은 퀴즈 게임을 통해 익힌다. ‘카홋(Kahoot)’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손쉽게 모둠별 게임 대항전을 진행할 수 있다. 카홋은 교사가 미리 준비한 문제가 퀴즈 형태로 출제되는 게임으로, 교사가 제시한 PIN 번호를 입력하면 반 학생들 전체가 같은 문제로 동시에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똑같이 정답을 맞히더라도 정답을 맞히는 속도에 따라 점수가 달라져 학생들의 몰입도가 높다. 게임 진행을 위해 사전에 모둠별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한 대씩 나눠주어야 한다.



‘통일’을 주제로 한 만다라트 활동지(위)와 5WHY활동지 예시. 대곡중 제공


[2∼3차시] 통일에 대한 생각 확장하기
가로 세로 각 3칸, 총 9개의 칸 가운데에 주요 개념을 두고, 이와 연관된 키워드 8개를 주변 칸에 계속해서 채워나가는 만다라트 활동지를 활용해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켜본다. 먼저 ‘통일’하면 생각나는 단어를 8개씩 적은 후, 각 단어와 연관된 키워드들을 다시 8개씩 생각해 보는 것. 이렇게 통일에대한 단어를 많이 떠올려 봄으로써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

이후 ‘5WHY 활동지’를 채우며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본다. 5WHY 활동이란 주어진 질문에 대해 답을 찾고, 그 답을 질문 삼아 또 다시 답을 찾는 자문자답 과정을 5번 반복하는 것. 예를 들어 ‘통일을 해야 한다’가 주제라면, 첫 질문으로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이에 ‘남북은 한 민족이므로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답한 다음, 다시 ‘왜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으로 답을 생각해보는 방식이다.

앞선 활동들을 통해 통일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잡혔다면, ‘통일국가 건설하기’의 사전 활동 격으로 땅따먹기 게임을 한다. 교사가 모둠별로 전지를 나눠주면, 학생들은 각자 바둑알을 3회씩 튕겨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학생들이 각자의 영역에 통일 후 필요한 건물을 짓는 모습. 대곡중 제공


[4∼7차시] 통일 국가 건설하기

학생들은 땅따먹기 활동을 통해 각자 확보한 땅 위에 ‘통일이 되었을 때 필요한 건물’들을 생각해 지어본다. 건물은 그림으로 그려도 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도 좋다. 자신이 확보한 땅 위에 모두 세울 수 있다면, 개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그 건물이 필요한 이유를 학생 스스로 생각해 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 건물을 왜 지었느냐고 물었을 때 학생이 대답할 수 없다면, 그 건물은 짓지 말아야 하는 것. 예를 들어 기차역을 만든다면 ‘통일이 되면 유럽과 아시아를 횡단하는 열차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만들기는 2~3차시가량 소요된다. 만들기가 끝나면 모둠 내에서 각자 자신이 어떤 이유로 이런 건물을 만든 것인지 모둠원들에게 설명하도록 한다. 모둠 내에서 의견교환이 끝나면, 다른 모둠의 통일 국가를 둘러보고, 자신들의 국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며 수업을 마무리 한다.

[8차시] 통일에 대한 생각 정리하기
이미지를 활용해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이미지가 그려진 카드 중 하나를 고른 후 이미지에 맞게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이 무엇인지 적어본다. 각자 생각이 정리되면 모둠 내에서 의견을 공유한다.

모둠별로는 ‘통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4개의 실천적인 규칙으로 정해 보는 것으로 마무리 활동을 한다. 여러 가지 동사와 형용사가 적혀 있는 카드를 8~9장씩 고르고, 그 단어를 활용하여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문장을 만들어 본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과 ‘보다’란 단어 카드를 골랐을 경우 “우리는 서로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 4개의 규칙을 완성하면 모둠별로 돌아가며 발표한다.



대곡중 학생들이 만든 ‘통일’ 주제의 그림책 결과물. 대곡중 제공


[9∼12차시] 통일을 주제로 그림책 만들기

여태까지 논의한 것을 바탕으로 각자 ‘통일’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만든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으므로 교사는 사전에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 수십 장을 준비한다. 학생들은 다양한 그림 카드 중 6장의 카드를 골라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한다.

카드에 그려진 그림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순서를 배열한 후 그 그림에 맞춰서 이야기를 구성하면 쉽다. 만약 마음에 드는 카드가 없을 경우 본인이 직접 그림을 그려 카드를 구성해도 되고, 중간에 이야기가 달라질 경우에는 자유롭게 다른 카드를 사용해도 된다. 카드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학생들은 굳이 카드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그림 카드는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야기를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므로 그림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유에 맡긴다.

각자 이야기 뼈대를 완성하면, 거기에 살을 붙여 초안을 써 보도록 한다. 초안을 모두 쓴 학생들에게는 8장의 빈 페이지로 구성된 그림책 틀을 나눠주고 그림과 이야기를 채워 넣어 그림책을 완성하도록한다. 학생 각자가 자신이 직접 그리고 쓴 그림책 한 권씩을 갖게 되면, 이를 교실에서 돌려보면서 수업을 마무리한다.

[거꾸로 교실 도전하기 - 통일? 일단 생각이나 한 번 해 보자]

Q. 이 수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1차시 게임 진행을 위해 모둠별로 한 대씩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전 조치해 두어야 한다. 또한 통일 국가 건설하기 차시에서 학생들이 보다 창의적으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색종이, 마분지, 우드락(폼보드), 점토, 수수깡 등 만들기 준비물을 충분히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자극할 수 있는 단어 카드, 그림 카드, 이미지 카드 등 다양한 비주얼씽킹 카드도 필요하다.
그림책 만들기 차시 진행을 위해서는 별도의 예산을 들여 ‘그림책 틀’을 준비했다. 눈에 보이는 그럴듯한 결과물이 있을 때 학생들이 더욱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잘 만든 책은 모아서 학기말에 전시하거나 후배들에게 보여줄 것임을 알려주면 동기 유발에도 효과적이다.

Q. 수업에 여러 활동/게임이 등장한다. 다양한 활동/게임을 활용하는 이유는?
중학생들은 집중력이 유지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수업 중에 다양한 게임을 시도하는 것은 보다 재밌게 수업 내용을 전달하려는 것도 있지만, 학생들이 딴 생각을 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다.
다만, 학생들이 너무 게임에 몰입해 수업의 본질을 놓칠 수 있으므로 교사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 평소 거꾸로 교실이나 활동 중심 수업을 해 보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수업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활동 중심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이런 수업을 해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Q. 타 교과와의 연계 요소가 있다면?
만약 국어 수업시간에 이 수업을 진행한다면, 통일이나 6.25전쟁을 다룬 소설을 배울 때 그 소설과 연계해진행할 수 있다. 그림책 대신 결말 이어쓰기 같은 방식도 고민해볼 수 있다. 또한 도덕과 사회 교과목에도 통일과 관련된 단원이 있기 때문에 해당 교과 교사들과 협업해 통일 관련 교과 학습 내용을 강화할 수도 있다. 만들기의 경우 미술 교과와 연계해 진행할 수도 있다.

Q. 이 수업을 하면서 주의할 점은?
만들기 수업을 할 때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인데 학생들이 통일 국가 건설하기에서 건물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데 너무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자칫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수업 차시에 따라 이 과정을 다소 간략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통일 국가 건설하기 활동을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각 건물의 건설 이유를 고민하면서 통일 이후의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다.

또한 그림책 만들기 과정에서 학생들이 보다 원활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이야기를 쓰라고 하면 제대로 진전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림 카드를 활용해 먼저 이야기의 뼈대를 잡아보라고 하는 것도 보다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학생들마다 글 쓰는 속도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빠르게 글을 완성한 학생들은 미흡하거나 잘못된 표현들을 고쳐 써 보도록 지도하는 한편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이야기를 구성해 나갈 수 있도록 교사가 적절하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Q. 통일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요즘 학생들은 통일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란 문제를 떠나 아예 통일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일단 통일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수업 후 학생들로부터 받은 소감문 중에는 “수업 이후에도 통일을 하는 것이 좋은지 여전히 확신은 없지만 최소한 통일을 하면 좋은 점, 안 좋은 점이 무엇인지는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런 것만으로도 교육적 효과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 안윤주 대구 대곡중 국어교사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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