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수행평가, 아직도 귀찮은 ‘숙제’라고 생각하니?
  • 김지연 기자

  • 입력:2018.01.29 18:00
박흥순 평촌에듀플렉스 원장 “수행평가는 ‘40점짜리’ 과정평가 문항”






 

“시험은 잘 봤는데, 수행평가에서 점수가 깎였어요.”

 

한 고교생이 국·영·수·사·과 모든 과목에서 3학년 내내 100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다. 그런데 학부모는 “인 서울은 가능할까요?”라고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현재 고교 내신은 보통 지필고사 60점과 수행평가 40점으로 구성된다. 이 학생은 60점, 즉 만점에 가까운 지필고사 성적을 받았지만 수행평가 성적은 20점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이 학생의 최종 합산 성적은 80점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의대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학생에게 “전교 1등은 어디에서 결정되느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필고사가 아닌 수행평가에서 1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재 학부모들이 학생이던 시절에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었다. 즉, 특정 ‘시점’의 평가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시험과 평가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공부한 과정, 즉 ‘기간’의 평가다. 이 ‘기간’의 평가의 핵심요소가 바로 수행평가다. 새로운 평가 시스템의 핵심으로 떠오른 수행평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 수행평가, 확대는 있어도 후퇴는 없다


 

최근 출신 학교는 물론 각종 ‘스펙’을 가리고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업의 인사담당자 10명중 6명이 블라인드 채용을 찬성한다는 채용전문기관의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인사담당자가 ‘스펙이 좋아도 실질적으로 능력이 없는 사원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스펙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구직자를 평가할까? 인사담당자들이 중시하는 평가요소는 △직무관련 실무경험 △직무역량 △인성 및 태도 △지원동기 및 계획 순으로 나타났다. 지원하는 학과와 관련된 학교활동 및 경험, 지원하는 학과와 관련된 교과역량, 인성 및 태도, 지원동기 및 계획 등을 평가하는 현행 입시제도와 유사하지 않는가? 변화하는 입시제도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다.

 

우수한 인재의 기준이 바뀌었다. 우수한 학생의 기준도 변화했다. 지필고사 만으로는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평가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과목별 역량은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점수와, 지식을 습득하고 습득한 지식을 처리하여 현실세계에 적용시킬 수 있는 역량을 측량하는 수행평가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수행평가의 결과를 내신과 학생부(세부 특기사항)에 각각 반영하게 되었다. 이것이 결과는 물론 과정을 중시하는 수행평가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다. 이제 수행평가에 확대는 있어도 후퇴는 없다.  



 


○ 수행평가에선 무엇을 평가하고자 하나?


 

1945년 해방 이후부터 학교 교육이 추구하는 핵심역량에 대해 교육부가 직접 발표한 것은 딱 한 번뿐이다. 바로 올해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다.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핵심역량 6개 항목을 공지했다. 수행평가도 당연히 이 핵심역량의 함양을 추구한다. 이 핵심역량은 무엇일까?



① 자기관리역량    
 

자기주도성, 즉 자신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이를 깊이 있게 탐구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별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미적분을 배우고 계산할 수 있는 능력 뿐 아니라, 누가 미적분을 고안했고 이것이 어떻게 실생활과 연계되며 천체물리학에서는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자 하는 역량이다.

 

아직 상당 학교에서는 수행평가를 ‘유인물 빈칸 채우기’ ‘영어단어 채워오기’ ‘지도에 나와 있는 국가 위치를 암기하고 제시된 국가의 계절별 특징 쓰기’ 등 단순한 형식으로 치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학교에서 ‘일상생활 또는 진로희망 분야에서 수학이 활용된 예를 찾고 이를 설명하시오’ ‘제시된 조건에 맞춰 나의 꿈을 영어로 논술하시오’ 등으로 발전돼 제시된다. 

 



② 지식정보처리 역량
 

지식정보의 양과 정확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실제 고교 수행평가는 ‘빈곤과 관련한 책을 한 권 정한 후, 기능론과 갈등론의 입장으로 나눠 토론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시오’ ‘’호질‘을 오늘날 사회문제와 연관시켜 재구성하시오(단, 동물의 시각으로 작성하며 실학의 관점이 드러나야 함)’ ‘자료를 읽고 신간회의 활동 목표를 당시 일제 식민지 지배 정책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논술하시오’ 등으로 제시되고 있다. 

 



③ 창의적 사고 역량
 

폭넓은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 기술, 경험을 융합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능력이다.

 

최근 고교에서 출제된 수행평가 문제로 ‘현대시와 고전시가를 비교·분석한 발표 자료를 만들고, 이에 대한 비평문을 쓰시오’ ‘서양사와 문화에 대한 소개 팜플렛을 만드시오’ ‘소설을 읽고 내용을 조사해 소설이 주장하는 바를 중심으로 직접 수업하시오’ ‘사상가가 주장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사회적 문제를 대입하여 만화를 그려보시오’ ‘백석의 시를 읽고 서사적 요인을 찾아내어 소설로 재구성하시오’ ‘수학 단원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그려 표현하시오’ 등이 있다.

 


 

④ 심미적 감성 역량·의사소통 역량·공동체 역량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지니고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능력을 말한다.

 

교사들은 ‘김홍도 작품을 본 뒤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시나리오를 쓰고 발표하시오’ ‘제시된 문학작품과 비교·대조할 수 있는 다른 작품을 찾아 팀을 구성하여 논의하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완성하시오’ ‘랜덤으로 주제를 뽑아 해당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글을 작성하여 수업 종료 전까지 제출하시오’ ‘공자·맹자 등 원하는 사상가를 선택하여 내가 그들이라면 무엇을 주장할지 선정하고 발표하시오(시대적 상황 고려 필수)’ 등의 수행평가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오늘날 ‘우수한 학생’은 지식을 활용하여 현실 문제에 적용하고, 함께 협력하여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학생으로 대변되며, 이를 평가하는 시스템 또한 점점 고도화되고 있음을 기억하자.

 




○ 수행평가에 대한 몇 가지 의문


 

지식의 효과적인 활용과 과정 중심 평가를 골자로 하는 수행평가가 올바른 교육 방향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형평성의 논란을 없을까?” 등의 의문을 가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요즘 학생들도 지금까지 이전의 교육방식, 즉 지식의 양과 정확성을 평가하는 방식을 충실히 따라왔다. 미국, 영국, 프랑스 학생들처럼 초등학교부터 진로를 탐색하고, 자료를 찾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토론을 하고, 현실문제에 부딪히며 해결방법을 찾는 교육을 받았다면 고교 수행평가에 대처하는 것이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초등 6년, 중등 3년의 기간을 암기하고 문제 푸는 시간으로 채워왔으니 힘든 것도 당연하다.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혼란에도 교육의 진행방향은 일정하며 후퇴는 없다.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중학 3년, 고등 3년 동안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아직도 정리된 것을 암기하고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길이라 믿는 학부모가 있다면 아이의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방식의 교육에 적응해야 한다. 수행평가 결과는 학생부의 핵심인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그대로 반영될 수도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2015 개정교육과정이 교육현장에 적용돼 수행평가의 비중과 배점은 점점 커진다.

 




○ 교사가 제시한 방법을 따라야 고득점


 

수행평가는 학교 교사가 제시한 과제를 잘 수행했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을 내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제출했더라도 출제 의도와 목적, 방법, 제출형태, 기한, 주석의 유무 등을 따르지 못한다면 감점을 피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한 학부모는 자녀의 논술형 수행평가를 위해 대학 교수의 감수까지 받았지만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교사에게 질문했더니 “학생이 ‘제시한 방법을 준수하지 않아’ 절반의 점수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행평가 점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출제자인 교사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어떤 설명을 하다가 수행평가를 제시했는지, 왜 이 활동을 하라고 지시했는지, 네 명이 토론한 내용을 모두 적으라는 것인지, 한 명이 이를 종합해서 발표하라는 것인지, 제출 형태는 무엇인지, 주석은 달아야 되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적어둔다면 그 학생은 고득점을 받을 준비가 된 것이다. 

 

특히 진로희망 또는 관련 학과와 관련된 수행과제라면 충실하게 제출하고, 학생부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학생부에 기재된 수행평가가 대학 진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는 새로운 장에서 논하기로 한다. 수행평가는 숙제가 아니라 무려 40점짜리 과정평가 문항이며, 지필고사 만큼의 정성과 시간을 투입해야 함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박흥순 평촌에듀플렉스 원장·교육 칼럼니스트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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