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2017.12월호] 국민의 감정과 법이 충돌하면… 무엇이 우선?
  • 김재성 기자

  • 입력:2017.12.08 16:18
‘조두순 재심’ 청원 사태로 살펴보는 법치주의와 흉악범 처벌


지난 2008년, 경기 안산에서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인 성폭행범 조두순이 3년 뒤 출소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국민적인 공분이 일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만큼 우리 사회를 경악케 한 강력 범죄자가 형기를 벌써 다 채우고 사회로 복귀한다는 사실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이 줄을 잇는 상황. 청원에 참여한 사람만 5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이는 해당 게시판이 개설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것이다.

50만이 넘는 사람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는 조두순에 대한 재심. 재심은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해 재심판을 구하는 제도로, 청원에 참여한 사람들은 “조두순이 받은 징역 12년의 형량은 그가 저지른 범죄에 비해 매우 가벼우므로 출소를 막고, 재심을 통해 더욱 무거운 형량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현재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는 이미 확정된 판결을 뒤집고, 다시 범죄자를 심판하자는 것. 사법기관인 법원이 법률을 근거로 내린 판결을 다시 번복하자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 아닐까? 최근 불거진 조두순 재심 논란을 통해 법치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우리 사회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흉악 범죄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살펴보자.


○ 잇따라 발생하는 아동대상 범죄… 엄중처벌 목소리↑
조두순이 범죄를 저지른지도 이미 10년 가까이 된 상황. 사람들은 왜 갑자기 조두순의 재심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인천여아 살인사건’과 ‘이영학 사건’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조두순의 경우 출소한 뒤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재심 요구로 이어지는 상황. 경찰과 법무부가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복 범죄로 인한 사상자는 2012년 38명에서 2016년 85명(123%)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지난 5년 반 동안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의 재범 사건 277건 가운데 270건(97.5%)이 성폭력 사건임이 밝혀졌다. 게다가 조두순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흉악범죄자는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이 마련되기 이전에 범죄를 저질러, 이영학과 달리 언론을 통해 얼굴이 공개된 적이 없어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강력 범죄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에 찬 상황에서 과거 법원이 조두순이 술에 취해 심신 미약 상태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형량을 적게 내렸다는 사실과, 검찰이 조두순의 형량을 높일 수 있는 항소(1심 판결이 최종확정되기 전 2심 법원에 재판결을 요구하는 것)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이번 재심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 법조계, “재심, 사실상 불가능”… 이유는?
그렇다면 조두순의 재심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조두순의 재심을 요구하는 측은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낮은 기준으로 형을 집행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재심을 요구한다. 외국에서는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100년, 150년 등 사실상 무기징역에 가까운 징역형을 선고함으로써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즉, 법으로 지켜져야 할 것은 가해자의 인권이 아닌 피해자의 인권이기 때문에 재심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조두순의 재심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번 판결이 종료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 때문이다. 이는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는 헌법 조항으로도 보호받는 매우 중요한 원칙. 즉, 조두순은 이미 법에 의해 심판을 받은 만큼 다시 재판을 받을 수는 없으며, 여론에 의해 재심이 결정될 경우 향후 재심 제도가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것.

법조계의 한 전문가는 “재심은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개인의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재판을 요구하거나 재판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나 목격자가 나타나는 등의 전제조건이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형이 확정된 사람에게 추가로 불이익을 주자는 목적은 재심 청구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해외, 강력 성범죄자의 자유 엄격히 제한
조두순에 대한 재심 청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3년 뒤 출소할 조두순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성범죄자가 사회로 복귀했을 때 재범을 막기 위해 전자발찌 착용과 신상공개 등의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크다.

해외에서는 강력 성범죄자가 사회로 복귀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미국 30개주와 영국 등에서는 학교, 보육시설 등 학생들이 이용하는 시설로부터 일정거리 내에 성범죄자의 거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아동을 대상으로 강력 성범죄를 저지른 자가 출소한 뒤 별도의 시설에서 지내도록 한다. 즉, 매우 엄격하게 성범죄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조두순과 같은 흉악범죄자를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은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해 ‘조두순 법’ 마련에 나섰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한 ‘보안처분’이 필요하다. 거주지를 제한하거나 사법당국이 일대일로 보호관찰을 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도행정 시스템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징역 12년의 형기를 단순히 짧다고 볼 수만은 없는데 온 국민이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교도행정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 한 경찰학과 교수는 “수감기간 동안 범죄자가 개선·교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국민들이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단순히 범죄자를 사회에서 분리 수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교도행정의 본래 기능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각해볼 문제
1. 시민들이 조두순의 재심을 요구하게 된 배경을 조사해 보자.
2. 법조계에서 조두순의 재심이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근거에 대해 조사해 보자.
3. 강력 범죄자가 사회로 복귀한 후 발생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그 대안을 논의해 보자.


*교과서 찾아보기
사회② 8-3. 우리나라의 사법 제도
사회② 10-3. 법원과 헌법 재판소의 조직과 기능
도덕② 3-2. 준법은 왜 중요한가?


*참고자료
CBS 라디오, 2017년 11월 8일자, “나영이 아빠, 출소한 조두순 찾아올까 떨고 있어”


*지도법
조두순 재심 청원 논란을 통해 학생들은 법과 국민의 감정이 충돌할 때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으며, 법이 국민의 감정을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는 없는지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설명하는 글에는 재심, 항소 등 학생들에게 생소한 법률 용어가 많이 등장하므로 토의 및 토론 활동을 진행하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해당용어의 개념을 미리 조사해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의 및 토론 활동 시간에는 강력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범죄자를 처벌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정도의 형벌을 내리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해본다면 피해자 보호와 범죄자의 인권 사이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혜정 대구 경서중 국어 교사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 입력:2017.12.08 16:18
  • 저작권자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 목록

  • 위로

작성자 필수
내용
/500글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