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2017.12월호] 우리학교에 '고민 상담 자판기'가?
  • 김지연 기자

  • 입력:2017.12.08 14:47
울산 매곡중 박은심 교사의 소프트웨어교육 수업



코딩 프로그램인 ‘스크래치’를 활용해 코딩을 배우고 있는 울산 매곡중 학생들. 매곡중 제공 


2018학년도부터 소프트웨어(SW)교육이 중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된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SW교육 선도·연구학교로 선정된 학교는 현재 SW교육을 진행하는데, 학생들은 이를 통해 간단한 알고리즘 설계, 프로그램 개발 방법 등을 배운다. 3년 연속 SW교육 선도학교에 선정된 울산 매곡중은 △정규 교과 수업 △방과 후 수업 △SW 동아리 등 다양한 SW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노력한다.

매곡중에서 SW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박은심 정보 교사는 지난해 정보 교과에 SW교육을 접목한 ‘생활과 소프트웨어’ 수업을 총 17차시로 진행했다. 이 수업은 △컴퓨터의 원리 이해하기(1차시) △우리 학교 자판기 프로젝트(3차시) △컴퓨터 하드웨어 구성도 만들기(3차시) △우리의 안전과 생활(4차시) △음악과 저작권(3차시) △피지컬 컴퓨팅(3차시) 순으로 이뤄졌다.


○ 우리 학교 자판기 만들며 창의력 쑥쑥!
1차시는 컴퓨터의 원리를 이해해보는 시간. 일종의 ‘워밍업’ 시간이다. 컴퓨터의 기본적인 원리를 설명해주는 영상을 시청한 뒤, 필수 개념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본다.

2~4차시에는 ‘우리 학교 자판기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SW교육 교육과정의 목표는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문제를 컴퓨팅 사고력을 통해 해결하는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 박 교사는 이 점에 초점을 맞춰 ‘문제-해결’ 프로젝트 활동을 구상했다. 예를 들어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다. 그런데 우리 학교엔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문제 상황을 주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묻는 것. 박 교사는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학교 안에 자판기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어떤 자판기를 만들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다. 학생들이 고안한 자판기 중에는 ‘고민 상담 자판기’도 있었다. 자판기가 ‘고민이 있나요’라는 물었을 때 이용자가 ‘네’라고 답하면 ‘많이 힘드시군요. 좋은 음악을 틀어드릴게요’라며 음악을 틀어주는 식. 해당 알고리즘 구상과 프로그래밍도 학생들이 직접 한다. 박 교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스스로 고민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역량도 기르고, 다양한 자판기를 구상해보며 창의력도 기른다”고 말했다.

5~7차시는 컴퓨터 하드웨어 구상도를 만들어보는 시간. ‘입력 장치’ 파트를 맡은 모둠은 ‘키보드’ ‘마우스’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각 부품의 역할에 대해서 안내한다. 단, 중앙처리장치(CPU), 램(RAM) 등의 장치는 중학생들이 이해하기 다소 까다로울 수 있어 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박 교사는 “복잡한 장치의 경우 직접 손으로 그려보며 이해하도록 하거나, 조원들끼리 어려운 점에 대해 토론해보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안전의 중요성, 게임으로 알린다
8~11차시는 ‘우리의 안전과 생활’이라는 주제로 코딩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알려보는 시간. 수업 기획 당시 경남 지역에 지진이 자주 발생해 구상된 수업이다. 학생들은 코딩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든 게임이나 퀴즈를 통해 자연재해의 위험성과 대처요령을 알렸다. 가령 ‘지진 대피 시 생존에 필요한 물건 찾기’라는 게임을 기획하여, 이용자에게 ‘지진 발생! 필요한 물건을 챙겨라!’는 조건을 주고, 적절한 물건을 고르면 ‘딩동댕’이라는 문구가 나오도록 프로그래밍한 것. 건물이 무너지기 전 도망가야 이기는 게임을 만든 모둠도 있었다.

12~14차시에는 ‘승진을 원하는 아빠를 위한 격려의 카드’ ‘좋아하는 가수의 생일을 축하하는 카드’ 등을 만들어 보는데, 카드에 음악을 넣으며 자연스럽게 저작권 개념도 익힌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음원을 사서 사용하면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느냐’고 질문하면 ‘일단 스스로 알아보라’고 권했다”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정보 윤리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 과제를 이메일로 제출하고, 음원을 휴대전화로 녹음한 뒤 컴퓨터로 옮기는 것 역시 SW교육의 일환이다. 박 교사는 “단순히 이메일 전송법만 알려주면 학생들이 지루해하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메일 계정을 만들고 전송해보면 자연스럽게 컴퓨터 활용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15~17차시는 피지컬 컴퓨팅 실습 시간. 피지컬 컴퓨팅이란 하드웨어에 물리적으로 주어진 자극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냉장고의 온도가 높아지면 소프트웨어가 이를 인식해 냉방 펜을 작동시키는 식. 학생들은 피지컬 컴퓨팅 전용 프로그램인 ‘아두이노’를 활용해 하드웨어의 빛 센서가 어둠을 감지하면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 LED전구가 켜지게 하는 실습을 진행했다. 박 교사는 “학생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연동을 무척 흥미로워한다”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SW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높여주는 것이 이 수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수업지도 노하우] 문제 상황,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라

Q. 수업 운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이 수업은 일주일에 1차시, 총 17차시로 진행됐는데, 수업시간이 다소 부족한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특히 자유학기에는 학생들이 각종 체험학습으로 교실을 비우는 일이 잦아 3주 만에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학생들은 이전 수업 내용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지난 수업과 다음 수업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계획 단계에서부터 일주일에 두 차시 정도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구상하는 것이 좋다.


Q. 수업의 효과는?

A. 모둠별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협동심이 크게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모든 프로젝트 결과물은 학생들이 직접 발표하도록 지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표현 능력 또한 크게 향상됐다. 발표가 끝나고 진행한 자기평가와 친구평가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려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역량도 높아졌다. 문제 상황을 제시해주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모색해보도록 유도했기 때문. 학생들은 문제가 발생해도 좌절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Q. 이 수업을 활용하려는 교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이 수업은 교사와 학교의 특성에 맞게 구성됐다. 가령 수업 기획 당시 경남 지역에 지진이 자주 발생 돼 ‘우리의 안전과 생활’이라는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처럼 말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상황에 들어맞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더욱 흥미로워 한다. 교사·학교·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하게 수업을 변형한다면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C언어’가 무엇이고 어떻게 입력해야하는지를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특정한 상황을 주어주고 해당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도구’로 사용하도록 지도해야 학생들의 기억에 더욱 오래 남는다.

▶박은심 울산 매곡중 정보교사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 입력:2017.12.08 14:47
  • 저작권자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 목록

  • 위로

작성자 필수
내용
/500글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