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2017.12월호] “멸종위기동물도 구하고, 생식과 발생도 배우고!”
  • 김수진 기자

  • 입력:2017.12.08 14:08
김청해 서울 연천중 과학 교사의 거꾸로 교실



차트를 바탕으로 멸종위기동물의 생식방법,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연천중 제공


김청해 서울 연천중 과학 교사는 올해 1학기에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식과 발생 단원을 재구성해 ‘멸종위기 동물 살리기’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동물과 사람의 생식(발생)을 비교해 공부하면서 동시에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 것.

총 14차시에 달하는 이 수업은 대부분 모둠별 대화와 토의로 진행된다. 김 교사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도록 했다”면서 “학생들 스스로 이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자신만의 이유를 찾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업의 목적에 대해 교사와 학생 간 합의가 이뤄지면 수업은 훨씬 원활하게 진행된다. 단순하게 교과서를 배우고 암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찾은 니즈(Needs)를 위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수업은 이렇게 진행하세요

[1차시] 수업 미리보기
마인드맵을 활용해 이 수업을 통해 배울 내용들을 간략히 훑어보는 시간이다. 우선 교과서의 대단원(Ⅳ. 생식과 발생) 부분을 쭉 훑어보며 중요해 보이는 단어들을 모둠별로 나눠준 전지에 각자 적어본다. 주요 개념어와 친해지는 것이 목적이므로 정해진 답 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적도록 한다.

각자 정리가 끝나면 다른 모둠원이 쓴 것과 자신의 답을 비교해 겹치는 단어들을 선으로 이어본다. 처음에는 자신과 똑같이 쓴 것에 표시하고 이후에는 비슷해 보이는 단어들에도 표시한다. 이 때, 모둠원끼리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비교해 보게 한다. 선 잇기가 끝나면 주로 연결되는 핵심 단어를 3개 정도로 추려내 별도의 빈 종이에 적은 후 각자 보관한다. 이 종이는 마무리 수업에서 다시 사용한다.


[2차시] 문제 발견하기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포스트잇에 적는다. 모둠별로 주어진 종이에 포스트잇을 붙여 의견을 모아본다. 모둠별 정리가 끝나면 반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모둠의 의견을 읽어보고, 포스트잇을 이용해 반론이나 보강 의견 등을 자유롭게 덧붙인다. 이 과정은 학생들의 동기 부여를 위한 과정으로, 학생들은 스스로 찾은 멸종위기동몰 보호 이유를 바탕으로 이 프로젝트(멸종위기동물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얻게 된다.


[3-4차시] 멸종위기동물 탐구하기

모둠별로 태블릿 PC를 한 대씩 나눠준 후 다양한 멸종위기동물에 대해 알아보게 한다. 각 모둠은 조사한 멸종위기동물 중 하나를 골라 해당 동물의 특징, 서식지, 습성 등에 대해 더욱 자세히 조사한다. 이 때 교사는 각 모둠이 선정한 동물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한다. 자료조사가 끝나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동물의 하루를 가상의 일기 형태로 작성해 본다. 이 일기는 영어과 수업에서 수업 재료로 활용된다.


[5-6차시] 동물의 생식과 발생 학습하기
5, 6차시에는 교과 지식을 적용해 자신들이 선정한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생식(무성생식, 유성생식)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이다. 교사는 이 수업에 앞서 ‘생식과 발생’ 단원에서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내용들만 간략히 정리한 디딤영상을 각 학급에 제공한다.
학생들은 디딤영상을 통해 익힌 교과 지식과 모둠별 토의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선정한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생식하는지 학습한다. 또한 8~10차시 수업에서 자신들이 조사하고 학습한 내용을 설명하는 차트(설명자료)를 어떤 방식, 어떤 디자인을 사용해 표현할지 구상한다. 디자인 과정은 미술과와 협의해 융합 수업으로 진행한다.


[7차시] 사람의 생식과 발생 학습하기
5, 6차시가 동물의 생식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다면 7차시는 사람의 생식과 발생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다. 이전 수업과 마찬가지로 우선 디딤영상을 통해 각자 사람의 생식과 발생 과정을 이해한 후 모둠별 토의를 통해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 발전시키는 심화 학습을 한다. 이 때, 교사는 학생들이 사람의 생식이 동물의 생식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면서 멸종위기를 겪고 있는 동물과 인류의 번성을 대조해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8-10차시] 차트 만들기

각 모둠은 멸종위기동물에 대해서 설명하는 차트(설명자료)를 제작한다. 교사는 차트에 총 세 가지 내용(△해당 생물이 어떻게 생식하는가 △해당 생물이 왜 멸종위기인가 △우리가 이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인가)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프로젝트 수업이 끝나고 친분이 있는 후배나 선생님을 초청해 해당 차트의 내용을 설명하는 ‘공유회’를 열 것임을 안내한다.

교사가 모둠별로 색지와 색연필, 사인펜, 블랙보드를 나눠주면, 각 모둠은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차트(설명자료)를 만든다. 학생들의 제작 부담을 덜기 위해 차트는 교실 밖으로 가져나가지 못하고, 반드시 수업 시간에만 만들도록 한다.
8~10차시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틈틈이 교과 내용을 상기하기 위해 수업의 마지막 5분은 각자 빈 노트에 자신이 학습한 주요 교과 내용을 정리해 보도록 한다. △8차시는 생식의 방법 △9차시는 세포 분열 △10차시는 수정과 발생에 관해 정리한다.


[11차시] 솔루션 고민하기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솔루션을 모둠별 토의를 통해 생각해보게 한다. 적절한 솔루션을 찾으면 해당 내용을 반영해 차트를 완성한다. 11차시 수업에서 교사는 모둠 사이를 돌아다니며 참신한 솔루션이 나올 수 있도록 적절히 학생들을 자극해야 한다. 평소 브레인스토밍 훈련이 잘 되어 있는 학생들이더라도 솔루션을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 시간을 온전히 학생들에게만 맡기면 자칫 뻔한 답만 나올 수 있다.


[12차시] 차트 보완하기
완성된 차트를 다른 모둠에게 설명하는 시간이다. 각 모둠마다 2명은 자신들의 차트를 설명하기 위해 남고, 나머지 2명은 다른 모둠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듣는 ‘둘 남고 둘 가기’ 방식으로 진행한다. 중간에 설명하는 사람과 설명을 듣는 사람의 역할을 바꿔 모든 학생이 전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다른 모둠에게 자신들의 차트를 설명할 때는 자신들이 차트를 왜 이런 식으로 디자인했고, 이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다른 모둠의 차트를 보면서 궁금한 점을 묻거나 더 보완할 점을 이야기해준다. 학급 친구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차트를 보완・완성한다.


[13차시] 공유회 준비하기
차트가 완성되면 각 학급마다 친분이 있는 후배나 선생님을 초청해 모둠별로 조사한 멸종위기동물에 대해 설명하는 ‘공유회’를 연다. 공유회는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 외 점심시간이나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연다. 공유회의 시간과 장소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며, 13차시 수업 시간에 이를 정한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면 공유회에 초대할 사람들을 위한 초대장을 만든다.


[14차시] 수업 돌아보기

공유회는 프로젝트 수업의 번외로 진행하고, 초대장을 만들고 공유회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프로젝트 수업은 마무리된다. 14차시는 그간의 수업을 상기해 보면서 대단원 내용을 갈무리하는 시간으로 1차시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 1차시에 했던 마인드맵을 다시 그려보면서 자신이 어떤 내용을 얼마나 학습했는지 되돌아보는 것. 1차시에는 똑같은 단어, 비슷한 단어를 연결하는 선이 별로 없지만, 학습을 마친 14차시에는 선이 여러 개 생긴다. 학생들이 학습을 통해 단원의 주요 개념들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했기 때문. 이어 1차시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키워드 3개를 꼽아보도록 한 뒤, 1차시에 꼽았던 키워드와 비교해 보면서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비교해 보고 스스로 학습 과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 평가는 이렇게 하세요

총 14차시 수업으로 보통 7~8주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에 따라 이 프로젝트의 수행평가 배점을 전체 학기 수행평가 배점의 40%로 정했다. 실제 이 수업을 진행한 당시에는 각 평가기준의 충족 여부(O/X)만 체크해 평가에 반영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학생들의 결과물 수준이 다양하게 나와서 평가를 보다 세분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만약 학생들을 여러 층위로 변별하고자 한다면 각 평가기준에 따른 점수를 세분화하는 것이 좋다.  


*채점 기준 예시
▪ 주제선정(5점)
 -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해야할 자신만의 이유를 찾았는가?
 - 멸종위기동물 중 하나를 선정하고, 그 동물을 선정한 적절한 이유를 찾았는가?

▪ 진행과정(30점)
 - 모둠에서 선정한 멸종위기동물이 왜 멸종위기인지 친구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 자신이 배운 지식을 적용하여 멸종위기동물의 생식과 발생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
 -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솔루션이 현실성이 있는가?
 - 멸종위기동물 설명 차트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모둠별 협업이 원활하였는가?
 - 모둠 활동 시 바른 태도를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는가?

▪ 결과물평가(15점)
 -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설명 차트를 전달력 있게 디자인 하였는가?
 - 차트 안의 정보가 가독성 있게 전달되는가?
 - 다른 설명 차트의 디자인과 차별성이 있는가?

▪ 결과공유(5점)
 - 멸종위기동물의 위기를 알리고 자신들의 솔루션을 조리 있게 설명하였는가?
 - 멸종위기동물에 대한 다른 모둠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며 문제점에 공감하였는가?
 

[거꾸로 교실 도전하기] 학생들 스스로 ‘배움의 이유’ 찾도록

Q. 1차시(수업 미리보기)와 14차시(수업 돌아보기) 수업의 의미는?
1차시는 전체 프로젝트 수업의 흐름을 짚어주기 위한 수업이다. 거꾸로수업을 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자주 받는데, ‘활동 중심 수업은 이 수업이 언제 끝날지, 전체 진도 중 어느 정도 쯤에 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앞으로 배울 내용이 대체로 어떤 것들인지 알려주고, 전체 수업의 개요를 미리 보여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차시 수업과 똑같이 진행되는 14차시 수업은 수업 이후 변화된 부분을 학생들 스스로 체감해보라고 마련한 시간이다. 특히 각 단원을 학습할 때마다 이와 같은 갈무리 수업을 반복하다 보면 새로운 단원을 공부할 때 중요한 키워드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눈을 키울 수 있게 된다.


Q. 영어・미술과의 융합 수업은 어떻게?
3, 4차시 수업 때 모둠별로 자신들이 정한 동물의 여러 특징에 대해 조사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해당 동물의 하루를 가상의 영어 일기로 작성해보는 수업이 영어 시간에 진행됐다. 5, 6차시 때는 차트 디자인을 구상하는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 때 미술과에서는 각 모둠에서 정한 동물을 캐릭터화하는 애니메이션 수업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과학실에서 교실로, 미술실로 공간은 바뀌었지만 하나의 공부를 계속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통 프로젝트 수업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많은데, 교과 간 융합 수업이 적절히 이뤄지면 오히려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을 기반으로 여러 교과에서 일관된 교육이 가능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Q. 교과 학습 비중이 적지 않나?

전체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이 모둠별 토의나 활동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과 학습의 결손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교과서를 펴 놓고 공부하지 않을 뿐이지 자신들이 선택한 동물에 대해 조사하고, 차트를 만드는 과정 곳곳에서 교과 학습은 계속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멸종위기동물로 ‘넓적부리황새’를 골라 조류의 생식 과정에 대해 조사한 모둠이 있었다. 조류의 생식은 일반적으로 교과서에서 배우는 유성 생식이나 사람의 생식과 달라 교과서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그러자 이 모둠은 논문까지 찾아가며 조류의 생식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차트에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심지어 이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업 때 공부를 워낙 폭넓게 해서 교과서 내용에 대해서만 묻는 지필고사는 오히려 쉬웠다는 반응이었다.

즉,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고 해서 교과 학습을 놓치는 것이 아니다.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에 더해 자기 주도적으로 교과 지식을 확장하고 사고를 넓히는 단계까지 나아가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다.


Q. 다른 교사를 위한 제언
교사가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시도할 때 강의식 수업에 익숙한 학생들에게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 때 수업의 목적에 대해 학생들에게 분명히 설명하고 학생들과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할 때도 학생들에게 ‘멸종위기 동물은 왜 멸종되면 안 될까’를 물었다. 교사가 먼저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고, 교과서에 나오는 이유도 강요하지 않았다. 학생들 스스로 이유를 찾도록 했다. 심지어 ‘북금곰은 예뻐서 보호하고 싶다’와 같은 답이라도 그것이 학생들의 진심에서 비롯된 이유라면 존중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업을 마치면서 “이 수업을 왜 하는지 알겠다”고 했다.

시험에 나와서 혹은 선생님이 가르치니까와 같은 이유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배움의 이유를 찾고, 자신이 찾은 그 이유를 좇아 학습하도록 하면 수업의 흐름이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 교육적 효과도 높아진다.

▶ 김청해 서울 연천중 과학교사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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