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부분의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를 요구한다. 세 가지 제출 서류 가운데 학생이 재량껏 작성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소개서 뿐.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작성할 수밖에 없다.
명문대 합격생들의 자기소개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에듀동아는 서울대를 목표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서울대 합격생들의 활동내역을 분석하는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의 활동에 주목하라’ 시리즈를 연재한다. 해당 시리즈는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해 17학번이 된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원문을 일부 소개하는 방식으로 다뤄진다. 합격생들의 자기소개서 원문을 통해 합격생들은 고교 3년간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리즈에 연재되는 사례는 모두 최근 동아일보 교육법인이 펴낸 입시 서적 ‘학생부종합전형 합격 REAL 사례(SKY 17학번 편)’에 담겼다.》
일반고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인문계열에 합격해 현재 17학번으로 재학 중인 A 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A 씨는 고교 3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사회 이슈를 알아보고, 사회 이슈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학술연구반을 만들어 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당시 이슈가 된 ‘태완이 사건’을 발표하고 공소시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법률 사이트와 형사소송법 책을 찾아 읽은 뒤 소논문을 작성하며 다양한 인문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A 씨의 자기소개서 원문 중 주요 부분을 발췌해 소개한다.
Q1.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A1. (전략) 서로 다른 전공을 희망하는 친구들이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학술연구반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당시 큰 이슈가 되었던 ‘태완이 사건’을 발표했습니다. 공소시효로 인해 범인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이 너무 안타깝고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소시효가 꼭 필요한지 개선방안은 없는지 연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법률 사이트를 뒤져보고 도서관에서 형사소송법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찾아보았더니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제한적으로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도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지으며 소논문을 작성했습니다. 자료조사 과정에서 생소한 법률용어의 뜻을 일일이 알아보아야 했고 학업과 병행해야하는 시간적 한계도 있어 많은 양의 연구를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적은 양이라도 관심분야를 연구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미래에 할 깊이 있는 공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Q2.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A2. 여러 분야의 사회이슈를 알아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고자 Englissue(학술연구반)를 만들었습니다. 외국의 문화산업 흡수, 기업의 피터팬신드롬, 국정교과서, 통일에 대한 인식, 공소시효 등 돌아가며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고 관련 문제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토론할 때 언어의 논리로만 주장하는 저와 달리 친구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주장을 했습니다.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교과학습에만 얽매여 세상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저를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각자의 지식을 모아 해결책을 내는 과정에서는 융합적 지식과 사고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에 대한 관심과 비판적인 시각을 길렀을 뿐만 아니라 사회심리, 영어교육, 경영, 문화콘텐츠 등의 다양한 학문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법학, 철학 등 여러 인문학을 융합하여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학문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하략)
Q3.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A3. 1년 반 동안의 아이뜰 봉사가 끝난 후, 저의 능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봉사를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의미 있는 봉사를 찾던 중 다문화 가정 어린이 책 읽어주기 봉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난 아이는 희수라는 3살 여자아이였습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낯가림 없이 저에게 달려와 안긴 희수는 밝은 성격의 아이였는데 이상하게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려 했지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장난감을 흔들 뿐이었습니다. 첫 봉사 후 찾아보니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의 경우 한국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아 언어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느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 봉사부터는 책을 읽어주는 대신에 예쁜 그림이 그려진 낱말 카드를 준비해갔습니다. 낱말의 그림을 보여주며 단어를 소리 내어 읽어주었고 한국어에 조금 더 익숙해지도록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3개월쯤 지났을 때 희수가 그림카드를 보며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단어를 말했는데, 그 순간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꼈습니다.(하략)
▶에듀동아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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