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동아는 2018학년도 입시가 본격 시작됨에 따라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 △한양대 등 서울 주요 17개 대학의 2018학년도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을 낱낱이 해부하는 ‘2018 학종, 대학 평가관이 밝힌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2018 학종 대학 평가관이 밝힌다’는 대학별로 2편씩 연재된다. 1편에서는 각 대학 입학처가 밝힌 ‘2018학년도 대학입학 전형계획’을 토대로 올해 각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엇인지 소개한다. 이어 2편에서는 각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의 구체적인 평가기준과 평가방법 등을 대학 입학사정관과의 ‘Q&A’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018 학종, 대학 평가관이 밝힌다’ 시리즈를 통해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떤 특징이 있고, 무엇을 중심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속 시원히 살펴보자.》
이화여대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하는 요소는 ‘학업역량’과 ‘학교활동’ 딱 두 가지뿐이다. 5개의 평가요소로 학생을 선발하는 중앙대나 4가지 평가요소를 두고 있는 경희대, 한국외대 등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화여대가 강조하는 ‘학업역량’과 ‘학교활동’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화여대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어떤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일까. 최근 이화여대의 입학전형 평가를 담당하는 입학사정관을 만나 이화여대 학생부종합전형의 구체적인 평가 과정과 방법에 대해 묻고 들었다.
○ ‘학업역량’과 ‘학교활동’ 평가, 학생부 모든 영역에서
Q. 이화여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선발하고자 하는 학생은 어떤 학생입니까? 무엇을 보고 평가하십니까?
A. 이화여대는 학교생활을 즐겁게, 충실하게 했던 학생을 선호합니다. 이화여대가 지원자를 평가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를 유의미하게 살펴보는데, 그 두 가지는 바로 ‘지원자의 학업역량이 얼마나 우수한가’와 ‘지원자가 학교활동에 얼마나 몰입해 참가했는가’이지요.
지원자가 갖춘 ‘학업역량의 우수성’은 학업 성취도와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살펴봅니다. 지원자의 학업역량은 학생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그래서 모든 항목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며 지원자가 갖춘 학업역량이 어떠한지를 찾아봅니다. 내신 성적도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고 수상경력, 동아리 활동에서 한 학업탐구, 멘토-멘티 활동을 통해 이룬 학업적인 성취 등도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요.
지원자의 ‘학교활동 우수성’은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에 어떻게 몰입했고 그것들이 어떤 활동들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보며 평가합니다. 학업역량을 평가할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활동의 우수성’을 평가할 때에도 학생부의 특정 항목만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진 않습니다. 모든 항목을 따져보며 종합적인 평가를 진행하지요. 학교활동의 우수성을 살펴볼 때는 ‘활동의 내용’에 집중합니다. 학교에서 많은 활동에 참가했다고 무조건 좋은 평가를 주진 않습니다. 수상경력의 개수, 참여한 동아리의 수, 3년간 읽은 책의 권수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이보다는 하나의 활동을 하더라도 해당 활동에 학생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몰입했는지를 눈여겨보는 셈이지요.
학업역량의 우수성, 학교활동의 우수성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갖추고 있는 지원자는 이화여대 학생부종합전형에 합격하기 어렵습니다. 두 가지 평가요소를 모두 만족시켜야 합격할 수 있는 것이죠. 지원자의 학업역량이 아무리 우수해도 학교활동의 우수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합격하기 힘들고, 반대로 학교활동에 몰입한 흔적이 보이더라도 학업역량의 우수성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 역시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지원자의 학업역량의 우수성과 학교활동의 우수성을 평가할 때는 전공적합성을 고려하진 않습니까? 예를 들어 사범대를 고려하는 지원자가 교육봉사활동을 하지 않아도 평가에 불이익은 없나요?
A. 지난해부터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부터 수시모집 선발 방식이 계열별 선발에서 전공별 선발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6학년도에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사회과학부 85명을 한 번에 선발했다면 2017학년도부터는 정치외교학과 10명, 행정학과 10명, 경제학과 21명 등 전공별로 쪼개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업역량과 학교활동의 우수성을 평가할 때 ‘전공적합성’을 비중 있게 고려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지요.
결론부터 말하면 평가에서 전공적합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성장가능성이 중요합니다. 휴먼기계바이오공학과에 지원하려는 학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학생은 전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구과학’에 강점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학생부 곳곳에 지구과학과 관련된 활동들이 적혀있습니다. 스스로 연구해서 보고서를 쓰고 동아리를 만들어 이와 관련된 활동을 이어나가는 등 깊은 탐구심을 보여주었지요.
그렇다면 이 학생은 휴먼기계바이오공학 전공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학생으로부터 학문에 대한 열의와 자기주도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학생의 ‘성장 잠재력’이지요. 관심 분야가 전공과 다소 거리가 먼 활동을 했다 하더라도 이 학생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 서류평가 핵심은 ‘학생부’… 자기소개서에는 ‘진정성’ 드러나야
Q. 이화여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자기소개서, 학생부, 추천서입니다. 각기 다른 세 가지 서류를 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세 가지 서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부입니다. 추천서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종합 의견을 얻기 위해 받는 것이지요. 다만 학생부와 추천서는 교사가 쓰는 것이므로 학생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부에는 단 한 줄로 기록된 활동이 학생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일 수 있지요. 평가하는 입장에서 이를 파악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받는 것입니다.
서류를 평가할 때에는 2명의 전임사정관과 2명의 교수사정관 총 4명의 입학사정관이 각자의 스크린에 세 가지 서류를 모두 띄워놓고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각각의 입학사정관은 평가와 관련해 연간 200시간에 달하는 교육을 받는 평가 전문가들입니다.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이 학생부에 기재되어있는지를 확인해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평가를 어느 정도 진행하면, 추천서를 보면서 입학사정관이 평가한 내용이 선생님의 평가와 일치하는지도 살펴보지요. 4명의 입학사정관이 각각 내린 평가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면 재평가를 실시합니다.
Q. 자기소개서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A. 앞서 말했듯이 자기소개서를 받는 이유는 학생부에는 잘 표현돼 있지 않지만 학생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즉, 학생부에 한 줄만 기록되어있는 활동이라도 지원자가 강조하고 싶다면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적극 반영해야 하는 것이지요. 해당 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고, 어떤 목표를 갖고 그 활동을 했으며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가 드러나야겠지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는 것이 좋습니다. 합격을 위해 이야기를 지어내면 서류 평가 과정에서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Q.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지원자 입장에선 진정성이 드러나는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진정성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를 각각 하나씩 든다면?
A. 예를 들어 수학경시대회에서 한 번 상을 받은 학생이 ‘나는 수학을 정말 좋아한다’고 자기소개서에 썼다고 가정해봅시다. 자기소개서를 본 평가관은 해당 지원자가 정말로 수학에 관심이 있는지 그 근거를 학생부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해당 학생이 수학경시대회 이후로는 수학과 관련된 대회에 참여한 적도, 수학과 관련된 활동을 한 적도 없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수학을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학생의 경우 1학년 때에는 수학 성적이 낮았지만 2, 3학년 때 꾸준히 성적이 올랐고, 수학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한편 여러 수학교과대회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면 진정성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 고교 프로파일, 평가 과정에 적극 활용
Q. 학생부 기재 방식이 최근 몇 년간 다소 간소화되고 있습니다. 과제연구와 방과 후 활동은 주요 내용만 간략히 입력하도록 제한됐습니다. 올해부터 독서활동상황은 책의 제목과 저자만 쓰도록 변경됐지요. 평가자 입장에서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올해부터 달라진 독서 기록은 어떻게 평가하고 활용할 예정이신가요?
A. 그동안 이화여대는 학생부 독서활동상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독서를 좋아하고, 학습에서 생긴 의문점을 책을 읽으며 주도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 학생이라면 굳이 독서활동상황이 아니더라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 학생부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올해부터 달라진 독서기록 방식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과제연구와 방과 후 활동의 경우, 학생부에 간략히 기재되더라도 평가 전에 고교에서 보내주는 자료인 ‘고교 프로파일’에 그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충분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평가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고교 프로파일에는 방과 후 활동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진행됐는지, 학생들은 어떤 보고서를 썼는지 다 드러나 있기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이 참조하고 있습니다.
Q. 고교마다, 교사마다 학생부 기재 방식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기재 방식의 차이는 어떻게 감안해서 평가에 반영합니까?
A.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화여대는 고교 프로파일을 다방면으로 살펴보면서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가 해당 활동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평가자는 해당 활동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학생부 기재 방식의 차이 때문에 학생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고교 교사들이 학생부 기재 방식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학생부에 있는 내용이 거짓으로 꾸며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교 교사들이 부담을 덜어내고 최대한 진솔하게 써주기를 기대합니다.
○ 면접 답변은 ‘간결하고 정확하게’
Q. 면접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며, 면접평가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자질은 무엇입니까?
A. 면접관은 각 학과의 전공 교수 1명과 그 외 입학사정관 또는 다른 전공 교수가 추가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학생 1명당 2, 3명의 면접관이 배정되는 셈이지요. 특정 지원자의 서류를 평가했던 입학사정관이 해당 지원자의 면접에 그대로 배정되진 않습니다.
면접평가에서는 지원자의 새로운 역량을 찾기보단 서류에서 나타났던 ‘학업역량의 우수성’과 ‘학교활동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면접에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리질문’이 자주 등장합니다. 제한된 면접 시간 내에 자신의 장점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주어진 질문에 간결하고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장점을 많이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야기가 길어져버리면, 역설적으로 면접관이 지원자의 장점을 파악할 시간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Q. 끝으로 이화여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 3년 동안 이어져온 학생의 노력에 대해 대학이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본말이 전도돼 대학의 평가 기준을 만족시킬만한 유리한 활동들을 골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화여대에 합격하고 싶다면 ‘이화여대가 좋아하는 인재’ ‘특정 학과가 원하는 인재’에 매몰돼 대학의 평가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말길 바랍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학교생활을 즐기고 공부에 열중하는 한편 진로탐구도 열심히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목표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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