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소논문, 핵심 스펙일까? 잉여 스펙일까?
  • 김재성 기자

  • 입력:2016.04.18 18:17
고려대 ‘소논문 미평가 방침’ 발표… 다른 대학들은?


 

“서류평가가 있는 모든 전형에서 소논문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고교생 수준에서 감당하기가 어렵고 지나친 사교육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2017학년도 이후에는 활동증빙서류로 소논문 관련 자료는 제출 자체가 안 되고 평가에도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달 초 고려대에서 실시된 2017학년도 대입 설명회에서 자주 묻는 질문(FAQ)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내용이다. 고려대가 입학설명회에서 ‘소논문 미평가’ 방침을 밝히자 학부모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한 학부모 커뮤니티에선 “거금을 들여 소논문 컨설팅도 받았는데 이게 무슨 봉변이냐”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 “스트레스였던 소논문을 대학이 직접 나서 반영을 안하겠다니 희소식”이라며 환영하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

학업 중에 생긴 지적호기심을 어떻게 확장시키고 얼마나 심층적으로 공부해 해결했는지를 살펴보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의 경험을 극대화시키는 ‘핵심 스펙’으로 활용돼온 소논문.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은 소논문 평가에 대해 어떤 방침을 세우고 있을까. 입학 담당자들에게 직접 들었다.


 

○ 고려대 “고액 대필 부작용 많은 소논문, 평가 안 한다”


고려대는 최근 교육현장에서 소논문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는 상황 때문에 ‘소논문 미평가 방침’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이른바 교육특구에선 소논문 대필을 위해 대필 업체를 찾는 학부모들이 많고 이들 업체들은 학부모들에게 소논문 한건 당 수백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최인식 고려대 입학팀장은 “고교생들이 논문을 써본다는 취지는 좋지만 과도한 대필 등 부작용이 커 ‘취지가 좋더라도 부작용이 크면 평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면서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특정 주제로 소논문을 어떻게 써봤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학생의 해당 경험 자체를 아예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들은 수많은 입학 서류를 살펴본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소논문과 관련된 기록을 살펴본 뒤 그것이 학생 스스로 이뤄낸 결과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대필한 것인지를 서류의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입학사정관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더욱 치밀하게 소논문을 대필해주는 고액 사교육이 생겨날 가능성도 있어 고려대는 적극적으로 ‘소논문은 아예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최 입학팀장은 “이번 방침은 고액 사교육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상황이 이렇게 되면 ‘소논문’이라는 명칭을 ‘보고서’나 ‘조사기록’ 등으로 바꾸는 경우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것들도 기본적으로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소논문, 더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아”


고려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들은 소논문을 어떻게 평가할까. 주요대학 입학담당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소논문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스펙’이 절대 아니다. 

서울대는 “과거에도 소논문 하나만을 유의미하게 평가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입장이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소논문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한 적이 없는데 학부모나 교사들은 소논문을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스펙’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생이 특정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 교사와 친구들과 함께 수업시간에 토론한 뒤 간단한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처럼 교육과정 안에서 이뤄지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거창한 논문의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소논문 뿐 아니라 그 어떤 활동도 수행 과정이나 그 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없다면 유의미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황정원 연세대 입학팀장은 “학생부에 기록된 특정 활동에 대해 가중치를 정하고 평가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소논문을 써본 경험은 동아리를 해본 경험, 반장을 해본 경험, 친구들에게 수학 문제를 가르쳐본 경험과 같은 다른 활동과 같은 가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입학팀장은 “학생이 어떤 과정과 동기로 소논문을 작성했는지에 따라 소논문은 유의미하거나 무의미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부에 기록된 모든 내용은 평가의 대상이다’는 방침을 두고 있는 성균관대도 연세대와 비슷한 입장.

권영신 성균관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소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나 어떤 계기로 인해 해당 주제로 정했는지 등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 소논문 작성 경험은 무의미하다”면서 “성균관대가 고교 교사들에게 소논문에 대해 언급할 때 꾸준히 강조하는 점도 바로 ‘과정을 써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과정과 동기 드러내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많은 대학들이 소논문을 유의미하게 평가한다’는 오해로 일선 고교에선 소논문 대회를 열거나 모든 학생들이 반드시 1년에 한편 이상의 소논문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실. 주요 대학들이 ‘소논문 작성’만을 유의미하게 평가하지 않으므로 학생들이 교내 활동의 일환으로 많은 수고를 들여 소논문을 작성하더라도 과정과 동기가 결여되어있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권영신 성균관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소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교사에게 어떤 지도를 받고 스스로 어떻게 소논문을 작성해나갔는지 등 소논문 작성 과정이 구체적이면서도 꾸준하게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록된 학생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면서 “반면 교내 소논문 대회에서 1등을 했지만 소논문의 주제와 관련된 교과 성취도는 낮을 경우 유의미하게 평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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