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 암기의 달인’ 강원 원주대성고 3학년 김상규 군
“원자번호 78번에 있는 원소는?”
“백금!” 강원 원주대성고에는 복잡한 주기율표를 달달 외우는 3학년 김상규 군이 있다. 학교에서 ‘주기율표 암기의 달인’으로 통하는 그는 자신만의 암기 기법을 활용해 ‘화학’ 과목에서도 남다른 두각을 보인다. 김 군의 독특한 공부방법과 그것이 어떻게 교과 공부에 활용되었는지를 낱낱이 파헤쳐보자. 정리=이원상 기자 leews111@donga.com
Q. 주기율표를 외우게 된 이유는?
중학교 1학년 때 과학부장을 맡게 됐어요. 과학부장이 하는 일은 수업시간 전마다 실험기구들을 옮기는 것이었죠. 그러다 보니 실험실에 자주 들락날락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실험실 칠판에 붙어있던 주기율표가 눈에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원소 외에도 수많은 원소가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자꾸 보다 보니까 제가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하나씩 외우고 있더라고요.
Q. 주기율표 암기가 교과 공부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주기율표를 외운 것은 ‘화학’ 교과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해준 출발점이었어요.
친숙한 기호들이 교과서에 나오니까 재밌었죠. 본격적으로 화학을 좋아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1학년 때 화학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였어요. 동아리에서 유기화학과 관련된 실험을 직접 해보면서 화학에 대해 점점 더 깊게 빠졌어요. 1학년 때 화학 교과가 교육과정에 포함되지도 않았었는데 혼자서 전문 서적, 인터넷을 뒤져가며 화학Ⅰ을 공부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보니 2학년 때는 내신과 수능에서 화학 과목이 모두 1등급으로 나오더라고요. 아는 게 많아지니까 자신감도 생겨서 교과시간에 내가 실험한 것에 대한 발표도 주도적으로 하게 됐어요.
동아리 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서도 저의 이런 모습을 보시고 ‘화학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내용을 학생부 2학년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동아리 활동란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적어주셨어요. 단순한 호기심으로 주기율표를 외웠던 것이 계기가 돼 동아리활동을 하고 교과를 공부하면서 점점 더 ‘화학’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갖게 된 셈이에요. 이제는 ‘석유화학공학기술자’라는 구체적인 진로도 세우게 됐어요.
Q. 주기율표와 관련된 책을 읽어 봤나요?
그럼요. 2학년 1학기 때 친구가 일동서원본사에서 출판한 ‘누구나 쉽게 배우는 원소’라는 책을 선물로 줬어요. 제가 주기율표를 줄줄 외운다는 것을 알고 가져다준 것이죠.
그 책에는 원소의 구조와 쓰임, 특성들이 자세하게 담겨 있었어요. ‘1번은 수소, 30번은 아연’, 이렇게 단순히 외우기만 했던 주기율표의 원소 하나 하나에 어떤 역사가 있고 활용사례는 무엇이며 실제 공업에서는 이것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깊게 공부할 수 있었죠.
제가 책을 읽고 느낀 점들은 학생부 ‘독서활동상황’에 고스란히 기록됐어요. 주기율표만 달달 외우던 것에서 더 나아가 책을 통해 원소에 대한 심화된 내용을 공부하고 화학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답니다.
Q. 주기율표를 외우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주기율표를 보면 1번(H·수소)부터 112번(Cn·코페르니슘)까지 원자번호가 쭉 적혀있어요. 일단 그것을 입으로 따라 읽으면서 한번 읊어요. 그런 다음에 5개씩 단위를 나누죠. 5번, 10번, 15번, 20번 이렇게요. 그리고 5의 배수에 해당하는 각각의 원소들을 완벽하게 외워두는 거예요. 37번 원소가 궁금할 때 주기율표를 처음부터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35번과 40번의 원소만 떠올리고 그 주변에 어떤 원소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 거죠. 이렇게 마디를 끊어서 외우면 훨씬 암기하기가 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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